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한국 경제에 `위기이자 기회`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호무역 강화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대규모 인프라, 전통 에너지 투자는 우리나라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실리주의` 원칙으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 협상 전략에 따라 얼마든 한미 협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기보다 `기회`에 주목하라
트럼프 당선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직접 영향을 받는 분야는 수출이다. 트럼프가 보호무역 강화를 내걸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호재`보다는 `악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내세운 화석연료 산업 부활, 해외 의약품 수입 개방 등은 우리나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대적 공공 인프라 투자도 통신 등 우리 수출기업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보호무역 강화는 우리 수출 전반에 악재다. 미국(2위)은 중국(1위), 베트남(3위)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수출국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국 수출 비중은 2010년 10.7%에서 올해(1~8월) 13.8%로 상승했다.
트럼프는 이미 수차례 보호무역 강화를 강조했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거론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반대 입장을 보였다. 특히 한미 FTA에 대해서는 “일자리 킬러”라며 실패한 협정으로 규정했다. 트럼프는 한미 FTA 전면 재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FTA가 불과 5년 만에 위기를 맞는 셈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즉각 타격을 입는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 흑자는 한미 FTA 발효 후 크게 늘어 지난해 258억달러(약 29조원)을 기록했다.
중국 수출도 문제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도 미국 수출에 직접 타격을 입으며 우리나라가 중간에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훔쳐가고 있으며 환율을 조작하고, 미국에 대한 사이버해킹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과 45% 관세 부과를 공약했다.
다이와 증권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7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 축소는 우리나라에도 직격탄이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비중은 24.4%에 달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을 위기로만 인식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산업 분야별로 오히려 우리 수출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인프라 투자 확대, 제조업 중심 정책, 화석에너지 등 자원개발 등을 강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OTRA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공공인프라, 전통에너지, 의료 등은 국내 산업의 대미 수출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는 임기 동안 1조달러 규모 공공인프라 투자를 공언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 통신인프라, 운송, 건설기자재 분야 수요가 확대되고 철강, 운송, 건설기자재 등 유관 분야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윤원석 KOTRA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트럼프는 한미 FTA 재협상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트럼프 공공인프라 정책에 힘입어 건설업, 통신 인프라, 운송, 건설기자재 분야 시장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 “한미 협력 확대해야”…“수출 영향 제한적” 분석도
국내 경제단체는 미국과 통상마찰 심화를 우려하면서도 전통적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협력 확대를 기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식 논평에서 “경영계는 이번 미국 대선 결과가 변화를 열망하는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특히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기업이 합심해 신속한 대응 체계 마련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견고하게 지속돼 왔던 한미동맹 관계에 변화가 없도록 양국간 경제·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 강화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는 “트럼프의 당선이 세계적 통상마찰 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요 교역국간 상호 협력이 요구된다”며 “우리 정부도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가능성에 대한 상황별 시나리오를 마련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
무역협회는 또 “업계 우려를 고려해 단기적으로는 대미 통상외교 채널을 재정비하고, 미국 내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한미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발언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가 양국에 도움이 되며, 실제로 재협상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공약과 실제 정책 추진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발언처럼 한미 FTA가 우리나라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은 결코 아니다”며 “실제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우려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