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과거 아이돌 그룹은 팀 전체가 움직였다. 연기 등 다른 영역으로 진출은 있지만, 적어도 무대에서는 하나였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한 몸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서 유닛 등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점점 가요시장이 다양화와 일상화된 해외 진출은 이런 그룹의 형질을 변화케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외진출을 목적으로 한 그룹이다. 국내에서 활동을 하다가 점점 발을 넓히는 그룹들과는 다르다. 케이팝(K-POP)의 한류 붐을 대변하면서도, 출발점부터 해외로 잡아 인지도나 수익 등에 관해 해외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모색하는 것이다.
한창 유행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 방송을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도 있다. 정식데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활동하며 팬들과 만나고 경험을 쌓는다.
차근차근 멤버 개인을 어필한 뒤 나중에 그룹으로 데뷔하기도 한다. 쉴 틈 없이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요계에서 꾸준히 대중의 눈도장을 찍기 위함이다. 이런 경우 팀 홍보와 다양한 콘텐츠 노출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전략이다.
◇ 한류 위한 그룹...SM 선두주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다양한 형태의 그룹 론칭에 앞장서고 있는 기획사 중 하나다. SM이 내놓은 슈퍼주니어 M과 엑소 M은 해당 그룹의 일부 멤버에 외국인 멤버를 영입해 적절히 섞어 놓았다. 두 그룹 모두 중국어권 국가에서 해당 언어로 앨범을 내고 해외가수로서 활동했다.
올해 데뷔한 그룹 엔시티(NCT)는 세계화를 목적으로 하면서도 지금껏 보지 못했던 멤버 구성을 꾀한 신개념 그룹이다. 태생 자체가 한류를 위한, 한류에 의한 그 자체다. 현지 회사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현지인에게 케이팝을 전수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성과를 위해 NCT는 개방성과 확장성에 초점을 뒀다. 일명 ‘무한대 그룹’으로, NCT라는 브랜드 아래 전 세계 각 도시에서 각각의 팀이 데뷔를 한다. 멤버의 영입과 탈퇴는 자유롭다. 현재는 모든 유닛을 통칭하는 NCT U, 서울팀인 NCT 127, 청소년 연합팀인 NCT 드림(Dream)'이 공개된 상태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엑소나 NCT 같은 팀이 생긴 것은, 아이돌 그룹이 캐릭터나 음악을 팔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스토리를 파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지닌 그룹은 팬덤을 더 강력하게 만들고 차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새로운 형태의 그룹을 만들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면서도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아이돌을 만들고 그 이미지를 회사와 연결시키는 것은 어렵다. 시나리오를 구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아직까지 팬덤의 인식은 ‘우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유동적으로 멤버가 바뀌면 팬들은 경계태세를 갖춘다. 새로 영입된 멤버들이나 양 팀 모두에 속해있는 멤버의 정체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 프로젝트 그룹의 성황
올해 가장 핫했던 케이블방송 Mnet '프로듀스 101‘을 통해 데뷔한 아이오아이(I.O.I)는 각기 다른 소속사 연습생들로 구성된 그룹이다. 정해진 활동기간은 약 1년으로, 지금은 공식활동이 마무리돼 곧 멤버들은 각자의 소속사로 돌아간다.
Mnet ‘소년24’에서 나온 그룹 소년24는 ‘공연형 아이돌’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아이오아이가 이벤트성으로 잠깐 활동했던 팀이라면, 소년24는 방송을 통해 추려진 멤버들이 1년간 상설공연을 펼치고 그동안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일부 멤버만 정식 데뷔를 하는 프로세스다.
두 팀은 지속성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형태다. 아이오아이는 인기를 끌었지만 끝이 분명하다. 소년24의 공연은 모두가 최종데뷔를 할 수 없다는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그룹이 성행하는 이유는 신선한 조합을 보여줄 수 있고, 멤버들 또한 실전경험을 겪으며 발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에게는 음악과 공연이라는 콘텐츠를 남기며 가요계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 한 명씩 출격...팀 데뷔는 나중에
가수 토이는 객원보컬을 활용해 일관된 분위기에 신선함과 상호보완을 더해 질 높은 음악을 보여줬다. 에프터스쿨은 ‘졸업제도’를 차용해 멤버들을 교체하며 대중의 지루함을 없앴다. 멤버의 순환을 통해 팀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현재는 새로운 멤버가 아닌, 고정 멤버의 각기 다른 매력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신선함을 불어넣고자 한다. 멤버 한 명씩 집중 조명한 뒤 데뷔시켜 팀 자체에 대한 주목도 또한 높이는 셈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다양한 형태의 그룹이 생겨나는 것에 대해 “이제는 음악과 공연만으로는 쉽게 성공할 수 없어서 계속해서 노출을 시켜야 한다. 빅뱅이 시리즈 앨범을 낸 것과 비슷하다”고 가요계 흐름을 분석했다.
신생기획사 블록베리 크리에이티브에서 데뷔하는 ‘이달의 소녀’는 12명의 소녀들로 이뤄진 그룹이다. 매 달 멤버 한 명씩 각각의 데뷔곡과 뮤직비디오를 발표하고 정체를 드러낸다. 12명의 매력 어필을 거치고 1년 뒤, 이달의 소녀는 그제야 팀으로서 정식 데뷔를 하게 된다.
개개인이 지닌 재능을 자세히 보여주면서도 꾸준히 팀을 홍보해 대중의 기억에 각인시키겠다는 의도다. 정식 데뷔 전 팬덤을 끌어 모으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형태를 지닌 팀은 대중의 관심이 분산되지 않고 팀으로서 정체성과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