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美 금리인상 현실화…`빚` 뇌관 폭발을 막아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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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세계의 눈은 `금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동안 트럼프가 금리 인상에 반대 성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금리 인상 여건이 이미 갖춰진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독립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마음이 조급해졌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커진다. 은행이 대출 금리를 높이면 13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뇌관`이 터질 수 있다. 중소기업 부채 역시 마찬가지다.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다음 달 美 금리 인상 `여전히 유력`

FRB는 지난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현 기준금리인 0.25~0.50%를 유지하기로 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제로 금리를 유지해 오다가 지난해 12월 0.25%포인트(P) 인상 후 올해 열린 총 일곱 차례 회의에서 연속 동결했다. 의결권이 있는 위원 10명 가운데 8명이 동결, 2명이 인상에 각각 손을 들었다.

11월 동결은 예상된 결과였다. 시장은 FRB가 대선을 앞두고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더불어 12월 인상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FRB가 대선을 앞두고 기준금리를 유지했지만 경제가 동력을 쌓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12월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고 보도했다.

변수는 대선이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12월 금리 인상이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CNN은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대선에서 승리하면 국제금융 시장이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연준이 다시 금리를 동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8일 트럼프 당선 확정 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금융기관 간 초단기 외화대출 금리(OIS)를 기준으로 전망한 FRB의 12월 금리 인상 확률은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대선 직전(82%)보다 30%P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12월 금리 인상은 여전히 유력하다. 트럼프가 금리 인상에 반대 발언을 했지만 견해가 뚜렷하지는 않다는 평가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재닛 옐런 FRB 의장을 교체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당선 후 트럼프의 경제자문역 주디 셸턴은 “트럼프는 절대 옐런 의장을 사임시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FRB는 독립된 금리 결정권을 행사하며, 미국은 이미 금리 인상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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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뇌관` 폭발 우려…대책 마련 시급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는 자본 유출을 걱정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은 자연스럽게 커지며,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 정책에 막대한 대출을 받은 국민의 이자 상환 부담은 커지게 된다. 미국이 내년에 몇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하면 이자 상환 부담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커질 수 있다.

가계부채는 이미 위험 수준이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부채(가계신용, 가계대출+판매신용) 규모가 올해 상반기 125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가계부채는 연내 13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미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가처분소득의 167.5%,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90.0%로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이다.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말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돌파하면 불과 1년 만에 빚이 100조원 늘어나는 셈이다.

우리나라 민간부채 증가 속도는 다른 주요국보다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간부채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가계부채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9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민간부채 위험을 `주의`로 분류했다.

중소기업 부채 역시 위험한 상황이다. 한은이 9월 발표한 `2016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 부채비율은 119.0%로 대기업(90.6%)보다 크게 높았다.

시중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 금리가 높은 제2 금융권 등 비은행 기관의 도움을 받는 중소기업도 늘고 있다. 8월 기준 국내 중소기업의 비은행 기관 대출금 잔액은 72조16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57조8171억원)보다 24.8%(14조3463억원)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13일 “12월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당장 가계부채, 중소기업 부채 문제가 두드러질 것”이라면서 “일각의 우려대로 내년에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 우리나라가 받는 충격은 심각한 수준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이지만 여전히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 이슈로 경제 정책 전반이 계속 표류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경제팀이 하루빨리 중심을 잡고 부채 문제 해결에 전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와 이주열 한은 총재 모두 부채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러한 주장에 긍정 신호라는 분석이다.

임 내정자는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지난 2일 “경기, 부채, 기업 구조조정, 구조 개혁의 위험 요인 해소에 정책의 우선 목표를 두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금리 정책은 가계부채를 포함한 금융 안정, 거시경제 안정을 종합 고려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가계부채는 금리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미시 경제 정책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