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전기차 `SM3 Z.E.` 판매 부진으로 비상이 걸렸다. 올 연말까지 2000대 판매를 목표로 삼았지만 10월까지 판매량은 430대에 불과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출시와 테슬라 `모델3`, 제너럴모터스(GM) `볼트(Bolt)` 등 장거리 전기차 등장으로 소비자 관심이 줄어든 탓이다.
11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SM3 Z.E는 올 들어 10월까지 430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830대보다 48.2%가량 줄어든 규모다.
르노삼성차는 당초 연말까지 2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제주도에서만 민간보급 1000대를 달성하고, 제주·부산·대구 등에서 전기 택시 보급을 확장해 목표를 달성하는 계획이었다. 지난 7월에는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고, 가격을 190만원 인하한 2017년형 모델을 출시해 판매 확대를 노렸다.
이런 노력에도 SM3 Z.E.는 올해 목표 달성률이 25.8%에 불과하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10월까지 1667대를 판매해야 했다. 르노삼성차 전기차 영업본부는 비상이 걸렸다. 지금 추세로는 연말까지 2000대 판매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보조금 신청 인원이 줄면서, 민간보급에 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차 관계자에 따르면 전기차 영업본부는 SM3 Z.E. 판매 부진 분석과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한 회의를 매일 진행하고 있다. SM3 Z.E. 부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테슬라 `모델3` 예약판매를 꼽았다. 테슬라는 지난 3월 보급형 장거리 전기차 모델3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제주도 전기차 보조금 공모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신청을 취소하거나 전기차 구매를 늦췄다. 또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 구매 시점을 모델3 국내 출시 이후로 미뤘다. 테슬라 모델3는 2018년 국내 도입될 예정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SM3 Z.E. 부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최대 주행거리(191㎞)와 준중형 동급 신차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SM3 Z.E. 수요가 분산된 것.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10월까지 1480대가 팔리며, 국내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SM3 Z.E.는 쏘울EV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한국지엠이 장거리 전기차 `볼트(Bolt)`를 내년 상반기 출시한다고 예고해, SM3 Z.E. 수요가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르노삼성차 측은 예상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SM3 Z.E.는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 1위를 기록한 모델로, 많은 고객에게 성능에 대해서는 인정받고 있다”면서 “다만 올해 경쟁모델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분산돼 판매감소가 이뤄졌는데, 500만원 할인판매 등을 통한 고객 몰이와 향후 고용량 배터리 도입을 위한 검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