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투톱체제로 이어오던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이 순식간에 재편됐다. 르노삼성 `QM6`가 판을 흔든 주인공이다. 지난 10월 QM6는 4141대가 팔리면서 싼타페(4027대)를 제쳤다. 싼타페는 쏘렌토와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SUV 시장을 양분해 왔던 차다.
QM6가 단숨에 중형 SUV 2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신선함`일 것 같다. 세단같은 이미지로 두 SUV와 확실히 달라 보인다. SM6와 패밀리룩을 가지고 있어 언 듯 보면 세단같은 느낌이 든다. 전면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물론 보닛까지 SM6같은 느낌을 준다. 후면부 콤비네이션 램프 역시 SM6와 닮았다. 세단 같은 느낌은 도심형 SUV를 표방하는 QM6에 강점이 될 수 있다.
가격 역시 중요한 요소다. 다른 SUV와 비교해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필요한 기능만을 잘 추린 상태에서 가격 차이가 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QM6는 도심형 SUV로서 필요한 기능들을 잘 갖췄다. 소비자 요구를 잘 파악한 것 같다.
QM6는 사륜구동과 이륜구동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 사륜구동을 추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70만원. 코너링을 돌 때나 미끄러운 길에서 사륜구동의 성능 차이는 매우 크다. 수백만원을 들여 추가하기에는 부담스러워도 170만원 정도라면 선택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굽이굽이 꺾어지는 산길에서 QM6의 사륜구동 모드는 확실히 회전각이 작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세 가지 모드(2WD, 오토, 4WD Lock) 선택이 가능하다. 운전자가 원하는 모드에 맞춰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SUV에 유용할 만한 사양들도 잘 조합이 됐다. 발동작을 인식해 트렁크 문을 여는 매직 테일게이트와 주차를 돕는 주차조향보조시스템(EPA), 시동을 끈 후 운전자가 차량에서 약 2m가량 멀어지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오토클로징 등은 편리함을 더했다.
안전 사양으로는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차간 거리 경보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시스템, 사각지대 경보시스템 등이 채택됐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외관과 달리 실내 인테리어나 기능은 인상적이지 못하다. 8.7인치 S-링크 디스플레이는 화면이 커서 시원스러운 면이 있지만, 제한적인 기능 때문에 고급스럽다는 인상은 주지 못한다. 앰비언트 라이트도 색상과 밝기 조정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큰 변화의 느낌을 가져다 줄 정도는 아니다. 다른 색상을 선택했다고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엔진 소음을 감소시키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이 적용된 덕인지,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은 확실히 덜하다. 그 덕에 오디오 성능도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내부는 넓지만 편하진 않다. 뒷좌석 무릎공간은 넓어졌지만 그만큼 시트가 짧다. 등받이 각도 조절이 되지 않는 것도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소형 SUV도 2열 리클라이닝을 장착하는 게 요즘 추세다. 패밀리카로서 뒷좌석 부분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든다.
실내에 고급스러운 포인트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SM6는 돌출형이라고 해도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장착해 품격을 높였다. 시트 또한 평범하다.
도심을 달리기에 성능은 충분해 보인다. 르노삼성은 2.0 dCi 고효율 디젤 직분사 터보 엔진과 일본 자트코(JATCO)사의 첨단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를 선택했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38.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복합연비는 12.8㎞/ℓ(2WD, 18인치 타이어, 신연비 기준)에 달한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