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이예은 ⓵] 새로운 세계로의 날갯짓, 이예은의 비상

사진=김현우 기자 / 디자인=정소정
사진=김현우 기자 / 디자인=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뮤지컬 배우’ 이예은으로 무대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던 그녀가, ‘배우’ 이예은으로 변신하더니 브라운관으로 날아와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위키드’, ‘드라큘라’, ‘킹키부츠’ 등 내로라하는 대극장 뮤지컬 무대 위에서 자신을 빛냈던 이예은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더 케이투(The K2)’에서 윤아(고안나 역)의 보디가드 미란 역을 맡아 열연했다. 데뷔 7년 차이지만 무대를 벗어나긴 처음이다. 무대 밖에서 그녀는 완전한 ‘신예’다. 무대 위와 드라마 속은 환경이 완전히 달라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완전히 달랐어요. 일단 환경이 다르죠. 사람들도, 쓰는 용어들도 다르고 암묵적인 룰 같은 것도 있었어요. 무엇보다 바로 눈앞에 카메라 앵글이 있는 게 제일 큰 차이였죠. 하지만 쉽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무대 연기의 연장선이에요. 처음에는 카메라의 시각을 의식하고 연기하는 게 어려웠지만 그 때마다 같이 연기하시는 선배님들 보면서 참고했죠.”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중학생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꿔왔고 그것이 곧 전부였던 이예은은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에도 어색함이 없었다.

“무대 위는 제가 당연히 있어야할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두려움은 없었어요. 드라마 촬영장은 낯설긴 했죠. 하지만 어렵다기 보다는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무대에서 쓰는 에너지와 카메라 앞에서 쓰는 에너지를 다르게 운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조금 더 과장되고 극적인 무대 연기와 달리 카메라 앞에서는 절제가 필요하다. 공연 관객들은 좌석에 앉아 비교적 먼 곳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살피지만 안방의 시청자들은 바로 눈앞에서 보며 작은 움직임 하나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예은 역시 ‘튀어 보이진 않을까’ 하며 많은 고민을 했다. 뮤지컬 ‘위키드’나 ‘드라큘라’ 속에서 연기하던 캐릭터도 미란과는 다르게 판타지적이고 드라마틱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이예은은 첫 드라마에서 곧잘 해냈다. 그 원동력에는 마음가짐과 더불어 동료 배우들의 든든한 힘이 있었다.

“뮤지컬은 장면이 붙든 안 붙든 한 공간에 전부 모여서 가족처럼 살아요. 모두가 무대 위에 함께 있기도 하고요. 반면에 드라마는 호흡을 함께 맞추는 분들 위주로만 만나게 되죠. 그 분들하고 더 친해지기 마련인데 ‘더 케이투’에서는 참 감사한 분들이 많아요. 조성하(장세준 역) 선배님은 촬영이 끝나고 가시다가도 멈춰서 제 연기 모니터도 해주셨어요. 지창욱(김제하 역) 오빠나 윤아 씨는 나이대도 비슷해서 공감대가 많았어요. 그 분들이 연기를 시작할 때 겪었던 것들을 제가 지금 겪고 있으니 많이 조언도 해주시고 도와주셨어요. 함께 러브라인을 했던 성규 역의 재우는 사실 같은 학교 후배에요. 그래서 편안하고 친숙하게 할 수 있었죠. 키스신은 어색했어요.(웃음) 그래서 제가 더 츤데레(?)처럼 대했어요.”

사진=김현우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

덕분에 미란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쑥스러워하던 이예은은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공연장을 오가기가 마냥 쉽지 않으니 안방에서 보는 딸이 여간 반가우신 게 아니라고.

“부모님이 일단 제일 좋아하세요. 그리고 밖으로 나가면 하루에 한 번은 알아보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기분이 새롭고 방송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고 계시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전에 뮤지컬 준비하는 학생 분들이나 공연 좋아하시는 분들은 저를 알아보시기도 했어요. 하지만 사실 그때는 신기하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그런데 드라마 출연 이후 식당을 가거나 길을 걷거나 할 때 일상 속에서 알아보시니까 신기해요. 그만큼 조심스럽고 부담도 있어요. 그런데 아직 저는 의식 할 정도는 아니죠.(웃음)”

드라마 출연 자체도 처음이지만, 액션 연기도 처음이다. 안나를 감시하는 게 목적이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경호원이었으니 말이다. 이예은은 이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듯싶었지만 드라마에서 화려한 액션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경호 역할이라고 해서 액션 연기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액션 레슨을 거창하게 받은 건 아니고, 무술 선생님한테 간단한 몇 가지를 배웠어요. 개인적으로는 영상 자료를 많이 찾아봤죠. 여자 경호원에 대한 인터뷰나 다큐멘터리들을 참고했어요. 그런데 드라마 역할에서 저는 안나와 함께 감금 생활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경호원으로써 제압한다든지 큰 격투 장면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사진=김현우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

12일에 종영한 ‘더 케이투’는 이전에 ‘용팔이’를 집필했던 장혁린 작가의 작품이다. ‘용팔이’ 때의 모습이 데자뷰 되 듯 ‘더 케이투’의 스토리가 흘러갈수록 용두사미라는 평가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캐릭터 붕괴와 개연성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이에 대해 이예은에게 조심스레 생각을 묻자 오히려 덤덤하게 대답했다.

“제가 시청자 분들의 입장이라도 애정 가는 캐릭터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등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많이 아쉬우셨을 거예요. 아무래도 한 사람의 인생을 16부작으로 담기는 쉽지 않죠.”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이예은은 ‘운이 좋았다’ 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향한 감사함과 겸손함으로부터 비롯된 표현이었다. 동시에 자신감도 함께 드러냈다. 그 자신감과 겸손함이 결합되어 또 다른 ‘운’이 이예은에게 찾아왔다.

“정말 감사하게도 곧 영화로 대중 분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저를 보여드릴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는 사실이 정말 기뻐요. 드라마와는 다른 새로운 도전이라서 두려움 반, 설렘 반이이에요. ‘더 케이투’를 하면서 얻었던 노하우가 조금이나마 빛을 발하지 않을까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