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쓰나미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 정격유착-권언유착의 민낯을 생생히 폭로한 소설이 나왔다.
권력형 호가호위의 종말을 그린 세태 풍자 옴니버스 소설 '박사성이 죽었다'(도서출판 장수하늘소, 288쪽)가 화제의 책이다.
이 소설은 죽음이라는 소재와 달리 소설은 평소 최보기 북칼럼니스트의 문체대로 맛깔스러운데다 해학이 녹아들어 순식간에 읽히는 경쾌함을 유지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음'을 이용하는 철면피들의 이기심, 끝까지 그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의 기쁨, 슬픔, 아름다움이 뒤섞인 가운데 재미와 감동, 삶의 태도에 대한 진지한 교훈이 담겨있다.
남해안 바닷가의 구수한 사투리와 속이 후련하게 뻥 뚫리는 육두문자가 소설 읽는 재미를 더한다. 주인공 박사성이 끝내 절규하는 메시지는 '살아보면 결국 가족과 친구밖에 없더라.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잘하며 살고, 덕성을 쌓으며 겸손하게 살라'는 것이다.
소설은 남해안 가상의 섬 형제도 출신으로 고향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친구(김성민)의 힘을 빌어 호가호위하던 주인공 박사성의 비리에서 출발한다.
정권이 바뀌면서 김성민 의원과 몸담고 있던 건설사가 사정의 표적이 되면서 검찰의 칼끝이 박사성에게 이른다.
경찰의 추적에 심리적 압박을 느끼던 박사성은 바다에 투신한 흔적을 일부러 남긴 후 노숙자로 변신해 도시로 잠입한다. 그런데 한 달 후 남해안에서 우연히 박사성과 꼭 닮은 변사체가 발견되면서 '모종의 세력'에 의해 장례식까지 치러져 버리는 통에 박사성은 영락없이 산 귀신이 돼버린다.
비리의 깃털 박사성은 자신의 장례식장을 찾은 사람들과 외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권력형 비리의 종말과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턱이 닳지만 막상 정승이 죽으면 개도 안 온다'는 냉정한 인간 세태를 풍자한다.
작가 최보기는 "영호남을 넘나드는 펄펄 뛰는 사투리와 질펀한 욕, 해학으로 우리 시대의 세태를 풍자해보려고 했다"며 "작품 속 인물들 하나하나가 바로 이 시대를 뜨겁게 살아가는 우리들 모습이다"고 말했다.
현재 경향신문에 '최보기의 책보기'를 연재하고 있는 작가는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작품으로는 '거금도연가'와 '놓치기 아까운 젊은 날의 책들'이 있다. 김휘영 기자
전자신문인터넷 나성률 기자 (nasy2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