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에 광고? 불쾌해요"... 무료 모바일 백신 수익 모델 딜레마

모바일 백신업계가 수익모델 확보에 난항을 겪는다. 모바일 백신은 무료라는 소비자 인식이 공고한데다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산 백신 앱이 거센 마케팅 공세를 펼친다. 무료 애플리케이션 유일한 매출 창구인 광고조차 섣불리 확대했다가는 사용자 이탈과 빈축을 사기 일쑤다.

안랩(대표 권치중)은 지난달 말 안드로이드용 스마트폰 통합 모바일 백신 `V3 모바일 시큐리티`에 일부 광고 적용 범위를 확대한 후 사용자 반발에 직면했다. 업데이트 이후 검사결과 확인 화면 등에서 광고 노출이 늘자 앱 리뷰 게시판에 낮은 평점과 부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안랩은 지난달 말 안드로이드용 스마트폰 통합 모바일 백신 `V3 모바일 시큐리티`에 일부 광고 적용 범위를 확대한 후 사용자 반발에 직면했다.
안랩은 지난달 말 안드로이드용 스마트폰 통합 모바일 백신 `V3 모바일 시큐리티`에 일부 광고 적용 범위를 확대한 후 사용자 반발에 직면했다.

V3 모바일 시큐리티는 악성코드 검사와 사생활 보호 기능 등을 강화해 안랩이 올해 초 새로 출시한 무료 모바일 백신이다. 원터치 보안 점검과 손쉬운 개인정보 관리, 클라우드 진단 기능 등 우수한 보안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사용자를 늘렸다. 지난달에는 누적 200만 단운로드를 돌파했다.

10월 업데이트에는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주변 사람이 휴대폰 화면을 보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보안스크린` 기능이 추가됐다. 8월부터 적용한 광고기능도 범위를 넓혔다.

안랩 V3 모바일 시큐리티
안랩 V3 모바일 시큐리티

불만을 나타내는 사용자는 대부분 업데이트 이후 광고 증가를 지적한다. 광고 증가에 대한 사전 공지 없이 업데이트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상당수 악성코드가 광고, 스팸 등과 관련된 상황에서 백신이 광고를 노출하는데 따른 거부감도 한몫했다.

무료 모바일 백신을 서비스하는 대부분 보안 업체가 지속적인 제품 업데이트와 유지보수에 상당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한다. 광고 이외 뚜렷한 수익모델은 없다.

이스트소프트 알약 안드로이드
이스트소프트 알약 안드로이드

일반 사용자에게 무료로 `알약 안드로이드`를 배포하는 이스트소프트는 한때 사용료 9900원을 받는 유료 제품 `알약 안드로이드 프리미엄`을 출시했으나 사용률 저조로 서비스를 접었다. 알약안드로이드 검사 엔진을 고도화하고 스마트폰 관리 기능을 대거 추가한 신제품 `알약M`을 내년 출시 예정이지만 구체적 수익모델은 확정하지 못했다.

SK인포섹도 무료 스마트폰 보안 앱 `시큐리티 투데이`를 선보이며 시장에 발을 들였으나 매출 발생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B2C 시장에서 기업 이미지 제고와 모바일 분야 위협 데이터 확보 목적이 크다.

SK인포섹 시큐리티 투데이
SK인포섹 시큐리티 투데이

국내 보안업계는 2010년부터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모바일 백신 시장에 진입했다. 시장 형성 초기부터 수익모델 문제가 제기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매출이 일부 발생하던 스마트폰 제조업체 번들 공급도 외산 제품이 자리를 꿰찼다.

개인 사용자 시장에서는 360시큐리티 등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산 무료 모바일 백신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중국 치후360의 글로벌 브랜드인 360시큐리티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 상륙한 이후 유명 연예인을 기용한 TV광고, 웹툰 콜라보레이션, 바이럴마케팅 등 연간 광고비에만 5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심형탁이 모델로 나온 360시큐리티 TV CF 한장면(자료:360시큐리티 유튜브 캡쳐 )
배우 심형탁이 모델로 나온 360시큐리티 TV CF 한장면(자료:360시큐리티 유튜브 캡쳐 )

보안업체 관계자는 “중국 무료 모바일 백신 역시 자체 매출보다는 국내 이용자 데이터를 확보해 본업인 광고 플랫폼이나 게임 퍼블리싱 등에 활용할 공산이 크다”면서 “국내 모바일 보안 업계 무료 모바일 백신 사업은 사실상 시장 수성과 사회 공헌에 가깝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