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릭┃이승민] 클래프컴퍼니 A&R이 직접 이야기하는 작사 비법

[ON+리릭┃이승민] 클래프컴퍼니 A&R이 직접 이야기하는 작사 비법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이승민은 퍼블리싱 회사 클래프컴퍼니에서 대표이자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작곡 전공자로 지난 2004년부터 다수의 엔터테인먼트에서 A&R활동을 이어왔다. 그리고 A&R 활동을 하며 실전에 몸담고 있는 아티스트들과 호흡한 경험이 그에겐 신의 한 수가 됐다.



지난 2013년 ‘클래프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몸담고 있던 회사를 과감하게 그만 뒀다. 이후 음반퍼블리싱 회사인 클래프컴퍼니를 설립해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양성, 음반 제작,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ON+리릭┃이승민] 클래프컴퍼니 A&R이 직접 이야기하는 작사 비법

Q. A&R이란 직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A&R이란 분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는 일은 무엇인가?

“아티스트 앤 레퍼토리의 약자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클래프컴퍼니에서 A&R은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의 일에 참여한다. 한 앨범의 콘셉트부터 스타일링, 데모 CD 등의 일에 참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 가수를 위해 세팅된 팀인 것 같다. 데모 곡의 경우에도 정말 많은 곡들이 들어온다. 그 곡들 중 어느 정도 귀로 들으면 판단이 된다.”

Q.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어떤 파트가 본인에게 가장 잘 맞나?

“창작이다. 처음에는 창작이란 일과 일을 함께 했었는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다 보니 집중이 안 되더라. 지금은 클래프컴퍼니에 소속 작가들이 있으니 그분들에게 기회를 더 주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작업일 경우에는 공동 작업으로 함께 참여를 하고 있다.”

Q. 요즘에는 한 곡이 탄생하는 데 다수의 인원이 함께 참여하더라.

“예전에는 작곡가가 곡을 쓰면 작사가에게 레퍼런스를 주고 작사가는 가사를 입히고 끝이었다. 요즘에는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많이 작업을 한다. 최근에 곡 작업을 여러 사람들과 했다. 뮤직비디오 콘셉트부터 소품까지 가사가 함께 들어갔다. 뮤직비디오 감독, 작사가, 회사 대표, 작곡가 등이 만나서 작업을 했다. 바로 수정이 가능하고 세밀한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좋다.”

Q. 한곡이 탄생하는데 곡 작업방식은?

“난 멜로디 스케치가 먼저 나오는 편이다. 세수를 하다가도 갑자기 음정이 생각나면 녹음을 하고 그걸 작곡가들에게 가져가서 같이 작업한다. 그리고 편곡을 하고 가사 중에서 부분을 나눠서 쓰기도 하고 같이 쓰기도 한다. 이렇게 작업을 하면 노는 것처럼 해서 그런지 항상 마지막은 정리가 안 되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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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유롭게 곡을 쓰는 편인 것 같다

“옛날에 회사를 다녔을 때 점심시간에 동료가 기타를 치고 있었다. 그걸 듣고 뭔가 떠올라서 기다려봐 내가 곡 하나 써올게 하고 퇴사를 했다.(웃음) 그리고 앨범이 나왔는데 나중에 요조의 ‘뒹굴뒹굴’이라는 노래다. 회사에 가기 싫다는 느낌을 넣은 노래다. 나는 언제 써야지 하고 쓰는 편은 아니고 생각날 때 쓰는 편이다. 학원을 다닌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항상 일을 하면서 음악 하는 분들이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더 훨씬 도움이 됐다. 어떻게 보면 곡을 쓰고 거절당하거나 수정 하면서 더 트레이닝이 된 것 같다.”

Q. A&R로서 아티스트의 곡을 선발할 때 어떤 걸 중점적으로 보나?

“곡의 퀄리티를 볼 수밖에 없다. 요즘 어린 친구들 중 센스 있는 친구들이 많다. 뻔한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뭔가 다른 부분이 있다. 작사의 경우도 너무 뻔한 것들이 많으니까 신선한 것들이 있으면 한 번 더 보게 된다. 작년에는 작사가를 뽑을 때 영상으로 준비한 분이 있었다. 보통은 글만 보내는데 영상에 가사를 같이 입혀서 보내니까 더 눈에 띄더라. 클래프컴퍼니는 경력이 없더라도 재능이 있으면 뽑는 편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작가를 뽑지는 않는다. 있는 작가진과 가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이다. 클래프를 통해서 경험이 없지만, 데뷔한 분들도 많다.”

Q. 작곡가의 입장에서 작사가에게 곡을 의뢰할 때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곡을 잘 이해하는 거다. 예를 들면 후렴구에는 영어로 써야하는데 한글로 쓰거나 포인트를 못 맞추는 경우가 있다. 잘 부를 수 있게 라임도 맞아야겠지. 또 독특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들이 정리가 안 되면 그 부분을 작곡가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곡을 잘 파악하고 센스 있게 작곡가의 의도를 살려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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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이드 곡을 잘 이해하는 방법이 있을까?

“다 쓰고 마지막 끝날 때까지 불러봐야 한다. 글자 수가 안 맞거나 헷갈리게 쓰는 작사가들이 있다. 가이드곡을 받으면 처음부터 가사를 쓸 생각을 하지 말고 일단 많이 들어보고 멜로디를 외우고 시작하면 좋겠다.”

Q. 글자 수가 맞아야 한다고 하는데 영어의 경우에는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불리는 경우도 있다.

“이 부분은 공동작사에서 가장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럴 땐 가사를 보낼 때 가사 옆에 괄호를 치거나 or 등의 표시를 하고 다른 가사를 써서 보내기도 한다. 아니면 가사에는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 문장으로 완성을 하고 메일같은 곳에 부가적으로 설명을 해도 된다.”

Q. 아이돌 가사를 잘 쓰는 방법은?

“발란스를 잘 맞춰야 한다. 팬이면서도 아닌 것 같은. ‘오빠가 나한테 하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와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웃음)”

Q. 소위 말해 작사가는 작곡가 혹은 클라이언트에게 까이는 게 일상이다. 이것에 익숙해지는 법은?

“결국에는 노하우와 집결될 수밖에 없다. 전에는 가사를 한 시간 동안 썼는데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나중에는 10분 만에 쓸 수도 있는 거다. 까이다보면 늘 수밖에 없다. 실전의 세계는 냉정하다. 일 년에 한 곡의 가사를 쓰는 작사가도 있고 두 개 쓰는 작사가도 있다. 혹은 이것보다 못하는 이들도 있다. 기회를 줬을 때 잡아야하는 거고 얼마나 아이템을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다. 나는 핸드폰에 모든 아이템을 넣어놓는다. 그래서 잃어버리면 큰일 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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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사 쓸 때 잘 쓸 수 있는 팁이 있나?

“작품마다 다른 게 빨리 쓸 때가 있고 느리게 쓸 때가 있다. 데모를 계속 듣고 글자 수만 맞춰놓고 집중해서 빨리 끝내는 게 가장 좋기는 하다. 노하우라기 보다는 곡을 들으면서 생각나는 걸 쓰는 편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할 때 거의 끝을 내버리는 스타일이다. 어릴 때는 안 써져도 계속 자리에 앉아서 썼다. 지금은 안 돼면 노트북을 접고 아침에 집중해서 쓰는 편이다.

Q. 지금 이야기 하는 도중에도 주위에 있는 모든 사물이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탄생한 예를 알려준다면?

“앞서 이야기했던 ‘뒹굴뒹굴’도 그런 케이스다. 이루의 ‘까만 안경’ 가사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가사를 쓰기 전에 자동차 안 백미러로 어떤 여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지나가는데 그걸 보다가 소재로 썼다고 한다. 모든 상황이 가사가 될 수 있는데 그걸 끄집어 내주는 찰나의 핀셋 같은 게 필요하다.”

Q.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대중적인 가사라고 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20대 때 가장 그게 불만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제일 잘 팔리는 가사다. 하지만 사랑 이야기 아니더라도 공감 가는 가사는 많이 있을 수 있다. 요즘에는 ‘토요일이었으면’이라는 가사를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 누구나 늘 ‘오늘이 금요일이었으면’, ‘토요일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 않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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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사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고음을 부를 때 받침 있는 발음은 부르기가 어렵다. 의미에만 충실해서 가사를 쓰시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가수가 부르기 편한 발음도 고려해야 한다. 제작자가 원하는 걸 맞춰주는 게 중요하다. 만일 제작자가 원하는 걸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소재나 아이템을 잘 잡아서 가사를 쓰면 타이틀이 아니었는데 타이틀로 바뀌는 경우도 봤다.”

Q. 센스를 늘리는 방법은?

“사랑을 하고 쓴 거랑 차이고 쓴 거랑 안 차이고 쓴 거랑은 차이가 많이 있다. 어떻게 보면 ‘썸’을 타고 쓰는 거랑 안 타고 쓰는 거랑 다르듯. 우스갯소리로 이별한 사람에게는 슬픈 가사를 써야한다고 말한다. 아니면 역으로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얄미울 수도 있지만, 그런 감성을 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사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Q. 뮤지션을 꿈꾸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른 말일 수도 있지만, 외국어를 꼭 하라고 하고 싶다. 한국 시장이 너무 좁다. 세상은 넓기 때문에 음악을 하는데 언어를 출중하게 잘한다면 다른 나라에 가서도 곡을 세일즈 할 수 있는 거다. 아예 한국에 없는 걸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다른 나라로 영역을 넓히면 또 다른 콘텐츠에 도전해 볼 수도 있는 것 같다. 시야를 너무 좁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