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의 제목은 ‘두 남자’다. 충무로에 많은 투톱 남자 주인공 영화가 있지만, 영화 ‘두 남자’는 두 배우의 브로맨스를 예쁘고 멋지게 그린 다른 영화들과 다른 류다.
소년원에서 만난 친구들과 모텔털이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18세 소년 진일(최민호 분)과 몸을 팔러 다니는 여자애들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제안하는 40대의 형석(마동석 분). 과연 두 남자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까.
진일의 여자친구 가영(다은 분)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모텔털이를 계획하다가 형석을 만나게 된다.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가영을 구하기 위해 진일이 모텔로 쳐들어오고, 그는 형석에게 무지막지하게 맞은 후 형석의 차를 훔쳐 달아난다. 하지만 과거 악연으로 얽힌 성훈(김재영 분)을 만나 차를 빼앗긴다. 결국 가영은 차 값을 물어주기 위해 노래방에서 남자들에게 웃음을 팔게 되고, 진일은 돈을 갚기 위해 무리한 방법으로 돈을 훔친다. 형석은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진일이 기특해 보이지만 가영을 풀어줄 수는 없다. 진일과 형석은 애증의 관계가 된다.
초반 진일과 형석은 각각의 존재로 보인다. 공통점이라곤 둘 다 힘겨운 삶을 살아간다는 것 정도.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어느 한 순간, 진일은 형석의 과거가 되고, 형석은 진일의 미래가 된다. 두 사람은 사실 상대를 향해 주먹을 날린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그리고 운명을 향해 주먹을 날린 것이었다. 두 사람을 지켜보게 되는 관객은 두 주인공 중 어느 한 쪽 편도 들어줄 수 없다.
이성태 감독은 배우 마동석과 최민호를 ‘두 남자’로 캐스팅했다. 두 사람 모두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어 거친 범죄 액션물에 잘 어울리면서도 특유의 따뜻한 느낌을 가지고 있기에 안쓰러움을 자아내는 나쁜남자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최민호는 아이돌로 시작해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영화 ‘계춘할망’ 등 꽤 오랜 시절 가지고 있었던 건강한 이미지를 탈피했다. 그가 연기한 진일은 초라한 인물이다. 그는 누가 침을 더 더럽게 뱉을 수 있는지가 신경 쓰이는 10대 소년이며, 상대방을 치려하지만 오히려 죽을 때까지 맞는 인물이다. 하지만 여자친구에게는 “내가 너 꼭 지켜준다고 약속했지?”라고 말하고, 친구를 위해서는 교도소에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의리남이다. 거칠지만 선함이 묻어나오는 눈빛을 가진 그는 관객에게 진일에 대한 연민을 갖게 만들며, 첫 주연작으로 더할 나위 없이 책임감을 다했다.
심각한 10대에 비해 중년은 조금 더 여유가 있어 보인다. 마동석이 맡은 형석은 최민호의 캐릭터보다는 조금 유쾌한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극악무도 하지만, 가족에게만큼은 친절하기 그지없다. 딸을 애지중지하고, 아내가 잔소리를 해도 애교 섞인 터치를 할 뿐이다. 하지만 진일처럼 서글픔도 가진 인물이다. 정상적인 삶을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일과 형석, 두 남자 사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며 대결 구도를 만드는 성훈은 절대 악으로, 두 남자를 극한의 상황에 빠지게 만든다. 세 남자는 밀리지 않는 에너지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가장 관객을 울컥하게 만드는 신은 마지막에 세 사람이 싸우는 신이다. 세 사람은 치열하게 서로를 향해 주먹질을 해대는데, 그들의 눈빛은 너무 처절하다.
심각하고 우울한 영화지만,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내러티브와 날 것을 그대로 담은 생생한 연출, 재치 있는 대사들로 영화적인 완성도를 자랑한다. 30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