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두개골을 깨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
영화 `나를 찾아줘(데이빗 핀처, 2014)`는 아내 에이미를 바라보는 닉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에이미는 바람을 피운 닉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를 살인 용의자로 몰아갔다. 종국에는 자신도 자살할 계획을 세워두었다. 그랬던 그 부부가 TV 프로그램에 나와 키스하고 임신했다는 사실까지 알린다.
에이미의 이런 역설적인 행동을 이해하려면 일단 `페르소나(Persona)`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페르소나는 그리스 시대 연극 배우가 썼던 가면에서 출발한 단어다. 현재는 집단 사회의 행동 규범 혹은 역할을 수행하는 인격을 의미한다.
칼 구스타프 융은 분석심리학에서 “개인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가 원하는 모습, 즉 `페르소나`를 취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의식과 무의식 관계의 균형이 깨지면 정신질환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리플리 증후군`도 페르소나와 관련이 있다. 리플리 증후군은 거짓된 자신의 정체성을 진짜라고 믿으며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인격장애다.
지난해 명문대 신입생이라고 남들을 속이며 대학가를 전전하던, 소위 `신입생 엑스맨`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며 리플리 증후군이 사회 관심거리로 부상했다. 그는 계속된 진학 실패에도 `명문대 신입생`이라는 자신의 페르소나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 속 에이미도 자신의 부모가 만들어낸 `완벽한 에이미`라는 페르소나를 깰 수 없었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남편의 외도로 인한 이혼이라는 불명예를 용납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닉의 곁으로 돌아간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닉이 불리한 여론을 뒤집기 위해 이미지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아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인 게 계기였다. 그런 모습이라면 자신의 페르소나를 지킬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닉은 “널 이해할 수 없어, 우리는 서로를 속이고 조종하려고 하면서 고통만 줬잖아”라고 절규한다. 이에 에이미의 대답은 간결하다. “그게 결혼이야.”
결국 `나를 찾아줘`는 현실이 아닌 가면무도회에서 살아가는 한 부부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를 영화 속 얘기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