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경영진이 우리나라 공개석상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테슬라는 한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주장과 함께 다음 달 초 예정된 전기차 출시 일정이 늦어질 것을 시사했다. 한국 진출 지연이 유력한 가운데, 테슬라 고객도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니콜라스 빌리저 테슬라 동북아 대표는 최근 대한상공회 초청으로 열린 비공개 강연회에서 `테슬라의 한국 시장 진출 계획과 전략`이란 주제 발표자로 나섰다. 한국 진출 선언 후 테슬라 대표 경영진이 공개 석상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연에서 니콜라스 대표는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는 장거리 주행이 어려운 시티(City)카 수준인데도, 한국엔 독특한 보조금 제도가 있다”며 “한국은 2012년 전기차 보조금 규정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6월 테슬라 본사에서 디아뮈드 오코 넬 테슬라 부사장이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겠다고 한 당초 입장과 상반된 행보다. 규정이 없어지면 테슬라 고객도 차량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현재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쏟아지고, 차량 내 인테리어까지 포기하면서 배터리 양을 늘리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주장을 뒷받침했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 대상 평가 규정에 완속충전(7㎾h)기준 완전 충전까지 10시간 이내 전기차에만 주는 보조금 규정은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70·90㎾h급 배터리를 탑재해 충전 시간이 10시간 이상 걸리는 테슬라 전기차 모델S·X는 한국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니콜라스 대표는 이달 초 환경부를 찾아 보조금 규정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모델S(90D) 시승을 포함한 한국 첫 매장 오픈과 차량 출시 등이 지연될 것임을 시사했다. 니콜라스 대표는 “한국은 모델3 사전예약자가 세계에서 다선 번째 안에 들 정도로 (테슬라) 선호도가 높다”며 “현재 기술과 비즈니스 분야의 한국 인력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조만간 조직을 마무리하고 가까운 시일 내 매장 오픈일정과 시장 계획 등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한국 조직이 꾸려지지 않은 데다, 국토부 자동차 제작사 등록 절차와 테슬라 전기차 충전규격 미인증 등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시승까지 가능한 매장 오픈은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부진한 행보에도 시장 계획은 화려했다. 테슬라는 하남 스타필드 첫 매장 오픈을 시작으로 서울 청담동에 3층 규모로 브랜드전문성을 강조한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내년 하반기엔 서울 강서지역에 정비·부품 서비스 등을 갖춘 대형 센터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내년까지 25개 신세계 유통점에 수퍼차저를 포함한 전용 충전인프라도 구축할 뜻을 밝혔다.
니콜라스 대표는 “우선 25개 신세계 유통점을 거점으로 자체 충전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며 최대 100곳까지 구축할 것”이라며 “보통의 수입차가 유럽 등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을 한국에서는 갖지 않도록 공정한 가격정책을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