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브레인, 인간 대표와 퀴즈대결서 압도적 승리...추론·추리는 약해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엑소브레인`이 인간과의 퀴즈대결에서 압도적인 실력 차이로 우승했다. 고배를 마신 `인간 대표들`은 엑소브레인의 기복 없는 지식 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국내기술로 개발된 인공지능 엑소브레인이 인간 퀴즈왕들과의 퀴즈 대결에서 최종 우승했다. 사진은 엑소브레인에게 우승 상금을 전달하는 모습.
국내기술로 개발된 인공지능 엑소브레인이 인간 퀴즈왕들과의 퀴즈 대결에서 최종 우승했다. 사진은 엑소브레인에게 우승 상금을 전달하는 모습.

엑소브레인은 지난 18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대강당에서 진행된 TV 퀴즈쇼 `장학퀴즈`에 출전했다. 상대로는 지난해 수능 만점자 윤주일 씨와 상반기 장학퀴즈 왕중왕전 우승자 김현호 군, 하반기 왕중왕 이정민 양 등 퀴즈 프로에서 두각을 나타낸 4명이 나섰다.

퀴즈에 참가한 ETRI 엑소브레인 모니터 화면.
퀴즈에 참가한 ETRI 엑소브레인 모니터 화면.

대결은 문제가 나오면 15초 이내에 번호를 선택하거나 주관식 답안을 적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엑소브레인에는 문제를 텍스트로 전달하고 답도 텍스트로 받았다. 엑소브레인은 외부 인터넷망은 연결하지 않고 내장 데이터만 사용해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엑소브레인의 완승이었다. 15문제로 진행한 리허설에서는 단 1문제만 놓치면서 참가자들과 점수차를 두배 이상 벌렸다. 이어진 본 대결도 결과는 비슷했다. 엑소브레인은 총 30문제 가운데 25개를 맞춰 510점을 획득, 윤주일 학생을 160점 차이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반응 속도도 빨랐다. 엑소브레인은 객관식 문제는 2초 만에 답변했다. 주관식을 푸는 데도 6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엑소브레인과 퀴즈왕들의 퀴즈 대결 장면.
엑소브레인과 퀴즈왕들의 퀴즈 대결 장면.

엑소브레인과 대결을 펼친 이정민 양은 “인공지능의 흔들림 없는 두뇌활동에 지고 말았다”면서 “엑소브레인이 인간의 고유 영역인 직관 추론까지 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감탄했다.

엑소브레인은 ETRI가 2013년부터 개발 중인 `인공두뇌`다. 문장의 의미와 문맥을 파악하고 답하는 `자연어 처리 질의응답` 능력을 키워왔다. 자체 알고리즘으로 질문을 해석해 수천개의 정답 후보 중 적절한 답을 선택하는 형태다. 2011년 미국 TV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했던 IBM `왓슨`과 유사한 방식이다. 현재 12만권 분량의 지식 정보를 학습했다.

ETRI는 이번 대결 결과 엑소브레인이 문장 구조와 문법 등을 분석하는 독해력은 뛰어나지만 문장만으로 질문을 파악하기 어려운 추론이나 추리에는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결과를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고 사업화를 위한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진행하는 2단계 사업에서는 법률, 특허, 상담분야 등 전문분야 활용을 위한 R&D에 착수한다. 2020년까지 실생활과 산업 영역에 쓸 수 있는 언어지능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는 영어 솔루션과 다양한 스마트기기에 활용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웨어러블 솔루션도 개발한다.

김현기 ETRI 지식마이닝연구실장은 “불과 3년 6개월 만에 인간처럼 질문을 이해하고 답까지 맞추는 AI를 만들었다”면서 “엑소브레인을 글로벌기업 결과물과 차별화된 기술로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