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누군가에게는 가장 중요했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끝났다. 그동안 준비했던 모든 것을 쏟아낸 60만 명의 수험생들, 그리고 함께 고생했던 부모들은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극장가를 찾는다. 때문에 11월 극장가는 수능 이후 첫 주말이 가장 활기를 띤다. 수능날인 목요일, 그리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어지는 주말 동안 어떤 작품들이 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았을까.
지난 17일 수능 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 영화는 ‘신비한 동물사전’이다. 17일 하루 동안 27만 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을 모았으며,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총 168만 7831명을 모았다. 2위는 강동원과 신예 배우 신은수, 그리고 엄태화 감독이 뭉친 ‘가려진 시간’이다. ‘해리포터’의 스핀오프인 ‘신비한 동물사전’과 한국형 판타지인 ‘가려진 시간’이 맞붙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가려진 시간’의 수능 날 스코어는 겨우 6만 명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신비한 동물사전’으로 쏠렸으며, 3주 동안 1위를 차지하다가 신작들에게 밀렸던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는 연휴 마지막 날 ‘가려진 시간’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기까지 했다. 이외에도 한국영화 ‘스플릿’, 그리고 ‘럭키’도 좋은 기록을 선보이고 있다.
2015년 수능은 11월 12일이었다. 1위는 김윤석과 강동원이 사제로, 박소담이 악령으로 분한 ‘검은 사제들’이 1위를 차지했다. 11월 5일 개봉한 이 작품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31만 7903명을 모았다. 수능 주에 개봉한 ‘007 스펙터’는 2위를, 재개봉 영화인 ‘이터널 선샤인’과 수능 한 달 전에 개봉한 ‘마션’이 번갈아 가며 3, 4위를 차지해 재개봉 영화의 힘과 SF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
2014년 수능 11월 13일의 극장가는 ‘인터스텔라’가 장악했다. 수능 전 주에 개봉했던 ‘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엄청난 상상력을 보여준 영화로, 수능날 당일 36만 여명을 모았고, 목~일요일 동안엔 무려 215만 6670명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카트’ ‘패션왕’, 그리고 10월 말 개봉한 벤 애플렉 주연의 ‘나를 찾아줘’가 인기를 끌었다.
2013년 11월 7일에는 빅뱅의 탑이 주연을 맡은 ‘동창생’이 신작으로 13만 명을 모으며 1위를 차지했으나 다음날부터는 전 주에 개봉한 마블 영화 ‘토르: 다크 월드’에게 2위를 내줬다. 결국 가장 많은 관객수를 모은 것은 ‘토르: 다크 월드’로 목~일요일까지 75만 1169명을 모았다. 수능 특수는 받지 못했다. 보름 전에 개봉했던 ‘그래비티’는 꾸준히 3위를 기록했다. 10월 중순 개봉한 손예진의 스릴러 ‘공범’은 4위를 차지했다.
2012년 수능 11월 8일, 전 주에 개봉한 ‘늑대소년’이 29만 명을 모아 1위를 차지했으며, 목~일요일까지 총 167만 5205명을 모았다. ‘내가 살인범이다’ ‘007 스카이폴’, 그리고 9월 13일에 개봉했던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
이 시기에 ‘그래비티’를 시작으로 ‘인터스텔라’ ‘마션’까지 SF 우주 영화가 개봉했었다. 각각 322 만 명, 1030만 명, 488만 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마블의 영화인 ‘토르: 다크 월드’와 ‘닥터 스트레인지’, 강동원의 영화가 2편, 송중기, 빅뱅의 탑의 영화들이 개봉을 했고, 올해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 영화가 사랑을 받고 있다. 수능 주에는 SF영화나 히어로물, 그리고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배우의 영화 등이 개봉했다. 명절을 앞두고는 온 관객을 겨냥한 역사물과 애니메이션이 개봉한 것과 또 다른 그림이다.
많은 관객이 찾은 만큼 결과도 좋다. 1위를 했었던 영화 ‘검은 사제들’은 누적관객수 544만 명, ‘인터스텔라’는 1030만 명, ‘동창생’은 104만 명, ‘늑대소년’은 665만 명을 모았다. 비수기인 11월에 개봉한 영화라고 상상하기 힘든 관객수다.
이 시기에 개봉을 욕심낼 만 하다. 다만 1~2위를 차지한 작품은 주로 개봉 전날 혹은 개봉 전 주에 개봉한 작품들이지만, 3위 이하는 개봉 시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었다. ‘마션’은 한 달 전,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무려 8주째 상위권을 기록했었다. 특정 장르와 특정 시기를 겨냥해 개봉을 하지만, 조건과 상관없이 좋은 작품들은 사랑받는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