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한 신동욱에게서 ‘어마무시’한 SF가 탄생했다

사진=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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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어떤 시련도 배우 신동욱을 굴복시킬 수 없었다. 5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신동욱은 배우가 아닌 공상과학 소설가로 완벽하게 변신해 나타났다.

2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열린 신동욱의 첫 장편소설 ‘씁니다, 우주일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는 신동욱이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지난 21일 출간 된 신동욱의 SF소설 ‘씁니다, 우주일지’는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 프로젝트를 위해 주인공이 우주로 떠났다가 표류하는 이야기로, 외롭고 힘들었던 작가 신동욱의 삶을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이날 왼손에 검은 장갑을 끼고 나타난 신동욱은 ‘어리바리’하다는 표현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워낙 본인이 어리바리하니 말을 잘 못해도 이해해달라는 것이었다. 긴장한 듯 했지만 그는 자신이 겪어온 5년간의 삶에 대해서는 정확히 이야기했고, 확실하게 소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신동욱은 2003년에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소울 메이트’ ‘쩐의 전쟁’ ‘별을 따다줘 등의 작품에 출연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지난 2011년 군복무 중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라는 희소병 판정을 받고 대중 앞에서 사라졌다.

이후 투병 중 SF 장편소설 ’씁니다, 우주일지‘를 펴냈고 배우 아닌 소설가 신동욱으로 대중 앞에 나섰다.

신동욱은 소설 집필 계기에 대해 “지난 2013년에 팬들 때문에 강제소환(?)을 당한 적이 있다. 당시에 몸 회복해서 뻔뻔하게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컨디션이 회복되지도 않고, 언제 다시 만남을 기약할 수 없기에 어떤 방법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글쓰기였다”며 팬 분들을 생각하며 시작한 것임을 밝혔다.

이어 “저같이 갑자기 시련이 오게 된 사람들이 삶의 의욕을 잃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분들에게 저처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스스로 해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드리고 싶었다”며 두 번째 계기를 설명했다.

사진=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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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니다, 우주일지’ 의 추천사에는 ‘국제시장’ ‘히말라야’의 연출을 맡았던 윤제균 감독이 참여했다. 윤제균 감독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 감독은 신동욱의 책을 읽고 나서 “이걸 자기가 직접 썼다고? 그럼 난 죽어야 해! 마치 살리에르가 모차르트에 대한 자격지심을 느낀 것처럼 정말 오랜만에 나 스스로 자괴감이 든 것이다. 동욱이는 해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도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신동욱이라는 작가에 대한 놀라움과 충격에 빠질 것이다”고 전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몸의 고통이 신동욱에게 찾아온 시련의 전부는 아니었다. 몸의 아픔보다 사람에 대한 미안함과 심리적 고통이 신동욱을 더 힘들게 하는 요인이었다.

이와 관련해 신동욱은 “병이 생기고 나서 처음에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았다. 그런데 위로를 받다보니까 나약해지면서 제 자신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사람들을 5년 동안 피했다. 전화를 받지도, 하지도 않았다”며 외로움을 털어냈다.

이어 “사실 군대에 있을 때 부정맥 때문에 쓰러졌었는데 뇌진탕도 함께 걸렸다. 당시에 기억도 날아갔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몸이 아픈 것은 약을 먹고 치료를 받고 이를 악물면서 버티면 되지만 사람에 대한 미안함은 견딜 수가 없었다. 스스로 이겨내기 위해서, 경험하고 쌓으며 위로 받지 않기 위해서 사람들을 피해 다니느라 매니저나 친구들도 제가 어떻게 사는 지 잘 몰랐을 것이다”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씁니다, 우주일지’는 우주를 사랑하는 괴팍한 천재 사업가 맥 매커천이 조난 후 우주에 표류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으려 애쓰는 주인공 맥 매커천은 절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이 모습은 작가 신동욱의 투영된 모습이었다.

일상생활은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었다는 신동욱에게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레 연기 복귀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연기로 돌아오겠다고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지만, 약속을 하면 후회할 것 같다. 좋았다 안 좋았다 들쑥날쑥한 상태라 약속까지 드릴 수는 없지만 많이 좋아지고 있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지 나았으니 좋은 기회가 생기면 꼭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당장 우리는 신동욱을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볼 수 없지만, 책 속에서 그가 표현하는 생각과 마주할 수 있다. 신동욱의 장편소설 데뷔작 ‘씁니다, 우주일지’는 지난 21일 출간되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