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기술금융 좌담회]`SW기술`만으로 융자받는 시대 열렸다

올해 초 인간을 뛰어넘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화제였다. 알파고는 갑자기 만들어진 기술이 아니다. 구글은 알파고와 AI 기술 개발을 위해 2001년부터 관련 기업 인수에 30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적극적 투자 덕분에 구글은 알파고와 AI 관련 핵심 기술을 대거 확보했다.

구글뿐만 아니라 애플, 페이스북, 네이버 등 국내외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소프트웨어(SW)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감히 투자한다. SW 기술이 회사 경쟁력을 높이고 신사업 추진 원동력을 만든다.

많은 SW기업이 기술 확보에 나서지만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벤처는 투자가 쉽지 않다. 국내 SW업계는 매출 50억원 미만 영세기업이 85%에 이른다. SW가 무형 자산이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고 기업이 영세하다보니 자금 융자 받기도 쉽지 않다.

기술보증기금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협력해 SW 기술평가를 통해 기술력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SW기술금융사업`을 진행한다. SW 가치를 평가받고 자금을 지원받는다. 자금을 발판으로 기술 투자와 매출 확대를 꾀한다. 전자신문은 SW기술금융사업이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는 전문가 좌담회를 지난 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했다.

▲참석자(가나다 순)

△곽병진 미래창조과학부 소프트웨어산업과장

△김태열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소프트웨어산업진흥본부장

△박기표 기술보증기금 이사

△박정재 엠브레인 대표

△서홍석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진영인 앤솔루션 대표

※사회=윤대원 전자신문 SW콘텐츠부장

◇사회(윤대원 전자신문 부장)=4차 산업혁명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어떤 특징이 있고, 무엇에 주목해야하나.

◇곽병진(미래부 SW산업과장)=4차 산업혁명 키워드가 데이터, 초연결이다. 윤리적 자산보다는 SW에 의해 부가가치가 생산된다는 기조를 보인다. 반도체, 컴퓨팅파워 등 산업은 초기 자본 투자가 필수였다. 앞으로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파워가 필수다. 이제는 창의력을 갖고 소프트파워가 막강한 기업이 우위에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흐름에 뒤처지기 않기 위해 SW를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올려야한다.

◇사회=경기 침체기지만 구글, 애플, 우버 등 글로벌 SW기업은 지속 성장한다.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나.

◇김태열(정보통신산업진흥원 SW산업진흥본부장)=2015년 연말 기준 미국 시총 상위 10위 기업 가운데 5개가 SW기업이다. 애플 사례를 보자. 애플은 하드웨어 기업에서 SW기업으로 전환했다. GE나 보잉사도 기존 제조기업에서 SW파워를 더해 기업 가치를 높였다. 인텔도 하드웨어 제조사지만 SW를 중요시한다. 모든 분야에서 SW기업이 강조된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연구개발하고 가치투자를 확대한다. 경기침체기지만 SW 분야는 성장할 수 밖에 없다.

◇사회=올해 초 세계적 화제가 됐던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구글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떻게 바라보는가.

◇서홍석(한국SW산업협회 부회장)=세계 시총 1위 구글이 설립된 미국은 누구나 인정하는 건강한 창업국가다. 구글은 2001년 이후 인공지능 관련 기업 인수에 28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비록 무형가치이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SW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인정했다. SW는 4차 산업 혁명 시대 기본이다. 무한한 성장 가능성과 가치를 인정해 적극적 투자가 이뤄지는 환경이다. 이런 투자가 알파고를 탄생시키는데 기여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창업 국가 이스라엘 역시 보이지 않는 SW가치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생태계를 보유했다.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사회=세계 주요 SW 기업이 과감한 투자로 지속 성장하는 사례를 들었다. 국내 SW 기업의 투자 정책, 환경은 어떤가.

◇김태열=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포털사가 인수합병을 추진하지만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매우 저조하다. 자금조달 방법은 투자와 융자 두 가지다. 투자사가 SW 기술가치에 투자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기업 자체적으로 기술개발 투자 확대가 중요한데 이 역시 저조하다. 중소기업 기술 투자가 부족하다. 정부가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글로벌창조소프트웨어(GCS) 사업으로 기업 투자 확대를 유도했다. 중소기업에 정부차원 지원이 필요하다.

◇진영인(앤솔루션 대표)=설립 8년차 보안 SW업체를 운영한다. 사업 초기에 투자 받기 어려웠다. 사업을 하다보면 기존 솔루션에서 문제점을 발견한다. 이를 보완해 새로운 기술 특허를 내고 제품도 만든다. 단순한 SW가 아니라 HW까지 탑재된 제품을 만들었는데 제품 생산 비용이 많이 들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투자하기 어렵다. 외부 투자나 자금 융자가 필요하다. SW기업 가치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초창기 SW기업은 특허 자체로 평가 받고 자금 융자로 사업을 키우는데,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으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서홍석=국내 패키지SW기업 2571개 가운데 매출 50억원 이하가 2172개로 88.4%다. 거의 90%가 소규모 영세기업이다. SW창업기업도 매년 늘어나지만 기업 절반 정도가 생존기간이 4년 이하다. 대부분 창업 2∼4년을 죽음의 계곡이라 이야기한다. SW라는 무형 가치에 대한 평가가 인색해 초기 영세한 SW기업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이 기간에 기업이 안정적으로 죽음의 계곡을 건너기 위해 정부 정책자금 지원을 보다 확대해야한다.

◇사회=영세한 SW기업은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국내 SW기업이 주로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가.

△박기표(기술보증기금 이사)=SW기업 핵심역량이 SW 기술이지만 무형 특성상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투자는 물론 융자에 의한 자금조달도 용이하지 않다. SW와 같은 기술금융은 기술보증 중심으로 이뤄진다. 기술보증기금(기보) 사례를 보면 일반적으로 기술사업평가에 따라 등급별로 지원 최고 금액을 결정한다. 실제 지원 금액은 소요자금 사정에 따라 결정된다. 소요자금 사정은 매출액, 총원가, 자산 등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SW기업 가운데 특히 창업 초기 기업은 매출액과 총원가, 자산 추정이 어렵다. 추정된 금액도 타 업종 대비 낮은 편이라 제조업 등 타 업종 대비 보증지원 금액이 작다. 지난해 집행된 신규 기술보증기금 5조8000억원 가운데 SW업종은 4500억원으로 비중이 7.8% 수준이다. 기업 수 기준으로 전체 보증기업 가운데 SW업종이 차지하는 비중도 13.5% 정도다. 기업 당 평균 지원금액도 1.8억원 수준이다. 제조업(2.8억원), 건설업(4억원) 등 타 업종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금액이 적다.

◇사회=SW기업이 자금을 제대로 융자받도록 환경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나.

◇곽병진=신생업체는 회사 운영자금 확보가 가장 큰 스트레스다. 기술보증을 이용하려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SW 기술 특성상 잠재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다. 제조업이나 다른 산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해 보는 구조였다. SW 특성을 반영한 합리적 평가방식 마련이 시급했다. 미래부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기술보증기금과 함께 기술력 있는 SW기업이 안정적으로 자금 확보하도록 SW에 특화된 기술가치평가 모형을 개발했다. SW기술가치평가를 기준으로 보증지원 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2013년에 1차 모형을 개발했고 2014년 적합성 검증을 거쳐 개선된 모형을 지난해부터 실무에 적용했다.

◇사회=SW에 특화된 기술가치평가 모형은 기존 평가모형과 어떤 점이 다른가.

◇박기표=기존 평가 모형은 SW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가 어려웠다. 기술가치평가 핵심항목인 기술의 경제적 수명, 미래현금흐름산출, 기술기여도 등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았다. SW 분야를 세부 업종별, 규모별 등으로 세분화하고 SW 특성을 반영한 변수 가중치를 만들어 SW에 특화된 가치평가모형을 개발했다. SW 기술 특성과 장점이 반영돼 가치평가가 가능해졌다. SW 기술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가능해졌다. SW 업종 신뢰를 제고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실제 이 평가 모형으로 자금을 지원해보니 SW 기업당 평균 지원금액이 1.8억원에서 2.7억원으로 증가했다. 제조업(2.8억원)에 근접한 금액이다. SW에 특화된 기술가치평가 모형 도입으로 가시적 성과가 나온다.

◇사회=실제 SW기술가치평가 모형을 기반으로 자금을 융자받은 기업은 어떤 이득을 얻었나.

◇박정재(엠브레인 대표)=특허 받았던 SW기술가치로 5억원 융자를 받았다. 당시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다. 5억원 융자가 큰 도움이 됐다. 이전에는 SW기술가치를 평가받아 자금을 지원받는 경우가 없었다. 융자받은 금액으로 인원도 10명가량 충원하고 SW 기술개발에 더 집중했다. 덕분에 융자받던 당시 분기 매출 10억원대였는데 그 다음 분기에 50억원대로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진영인=SW가치를 인정받아 10억원가량 융자 받았다. 당시 SW와 하드웨어(HW)를 결합한 제품 개발을 준비했다. HW는 제조비가 들어간다. HW는 업계 특성상 미리 발주해서 비용을 지급해야한다. 수요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비용을 감당하며 제품 만들고 납품하는 게 쉽지 않다. 융자 받은 금액으로 자금을 확보해 HW 비용을 지불하고 제품 개발까지 마칠 수 있었다.

◇사회=SW기업이 기술가치를 평가받고 보증을 받으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

◇박기표=기존 기보가 보증할 때 진행하는 상담, 서류접수, 평가시스템 등 과정은 똑같다. SW를 개발하거나 특허가 있는 기업이 기보에 신청하면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적정성 여부를 평가한다. 적정성이 인정되면 이후 기술가치 평가를 진행한다. 기술평가 비용은 NIPA가 지원한다. 기존 융자 관계없이 기술가치 평가에 따라 지원한다. 일반적으로 보증비율이 85%인데 90%까지 올라간다. A 기술로 가치평가를 받았는데 B라는 기술이 있다면 B 기술로 다시 평가받고 보증도 가능하다. 예비 창업자 지원 시스템이 있어서 창업 전 SW회사도 `예비창업자사전보증제도`를 통해 금액 지원 가능하다.

◇김태열=SW특화 기술가치평가 모형은 기존 보증금액과 관계없이 기술가치평가 금액 이내에서 신규보증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SW기술이면 모두 평가받을 수 있다. 자산규모가 아닌 SW기술력으로 보증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자금력이 약하지만 우수한 SW기술을 보유한 초기창업기업, 중소SW기업 모두 활용 가능하다.

◇사회=SW특화 기술가치평가 모형이 제대로 안착되고 기업이 실질적 혜택을 받기 위해 보완해야할 점이 있다면.

◇박정재=SW기술금융으로 수혜를 입었다 지속성장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 정부도 지속가능 성장에 관심 보여주길 바란다. 수혜 입은 기업이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계속 관심가져달라.

◇진영인=SW기술금융 지원받은 기업은 대부분 작거나 영세한 기업이다. 자금 지원만큼 힘든 부분이 인력 채용이다. SW 기술개발을 위해 인력이 중요한데 작은 중소기업에 인력이 모이지 않는다. 기술금융정책과 인력지원정책을 융합하면 신규 인력 확보에도 도움 될 것이다.

◇곽병진=지금까지 SW기업이 제도 금융권에서 융자 받는데 힘든 점이 많았다. SW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W특화된 가치평가 정책을 만들지만 여전히 기업들 어려움이 많다. 자금 필요한 기업이 정책을 활발히 이용하도록 정책 홍보하겠다. 단순 초기 투자나 자금 지원만으로 부족하다. 기업 성장 과정에 필요한 상황마다 자금 지원 가능한 모델이 필요하다. 다양한 방향으로 자금 지원 방향을 구상하겠다. 제도로 인해서 초기 어려움 극복하고 성장 반열에 오른 기업에 대한 추가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 성공사례도 많이 알리겠다. 기업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 종사자들이 SW 전반에 긍정적 미래상을 보는 환경 조성도 병행하겠다.

정리=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