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직수 정수기를 앞세워 국내 정수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퓨리케어` 브랜드로 직수형 정수기를 출시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정수기 시장 점유율을 크게 올렸다. 업계는 올 여름 `얼음 정수기 중금속` 파동 이후 기존 정수기 전문기업으로부터 마음을 돌린 고객이 LG전자 정수기를 찾으면서 급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수기 시장에서 LG전자 점유율이 3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해 LG전자 정수기 시장 점유율이 10%가 채 안됐지만 현재 35%까지 올라왔다”면서 “직수형 정수기를 출시하고 광고와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면서 인지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국내 정수기 시장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어 점유율 35%는 LG전자가 파악한 자체 기준이다. 하지만 정수기 업계 경쟁사들도 LG전자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정수기 시장에서 LG전자 점유율이 1년 새 3배 이상 뛴 것은 제품 판매전략을 180도 바꾼 게 유효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09년 정수기 사업을 시작한 이후 저수조형 정수기를 내세워 사업을 이어왔다. 그러나 올해 마케팅과 상품전략 무게 중심을 직수형 정수기로 옮겼다. 직수형 정수기는 물을 따로 저장하는 저수조가 없다. 물 저장 공간이 없어 크기를 줄일 수 있고 다양한 제품 디자인도 가능하다. 편의성과 공간 효율성에 뛰어난 직수형 제품 인기가 높아지는 분위기에 잘 대응했다는 평가다.
기존 정수기 전문업체는 저수조형 제품이 주력이다.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어 직수형 제품에 마케팅 드라이브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다.
LG전자 직수형 제품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인 데는 얼음정수기 중금속 사태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정수기 기업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매우 컸다. 전반적인 정수기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수기 업체 중 유일한 대기업인 LG전자가 믿을 만하다는 입소문이 생겼다.
정수기 업계 관계자는 “LG라는 브랜드에다 새로운 콘셉트를 내세워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LG전자 정수기 사업이 팽창했다”면서 “여름 이후 확실히 LG전자 정수기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올라간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얼음 정수기 중금속 파동 당시 주요 정수기 전문 기업은 일체 TV광고와 마케팅을 자제했다. 반면에 얼음정수기 사태에서 자유로웠던 LG전자는 퓨리케어 정수기를 중심으로 TV광고와 각종 홍보 활동을 펼쳐 존재감을 강화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LG전자가 판매하는 정수기 대부분은 직수형”이라면서 “직수형 장점이 소비자에게 인정받았고 회사가 빠르게 직수형 중심으로 사업 비중을 높이고 마케팅을 강화한 것이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