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등 과학기술계 기관장의 임기가 만료됐거나 속속 만료되는 가운데 신임 기관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
27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기관장이 공백 상태인 출연연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두 곳이다.

표준연은 지난달 19일 권동일 원장이 돌연 사임, 한 달 넘게 업무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이달 중에 신임 원장 후보를 3배수로 추릴 예정이지만 NST에서 차기 원장을 결정짓는 최종 이사회의 개최 여부가 확정되지 못해 원장 선임 시기는 불투명하다.

업무 공백 현상도 심각하다. 이달부터 시작된 내년도 기관 사업 계획, 예산 평가, 주요 사업 선정 등 굵직한 현안이 수장 없이 결정되고 있다.
에너지연은 지난 6일 이기우 원장의 임기가 만료, 20일 넘게 기관장 공백 상태다. 오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원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사회를 열리지 못해 한 달 가까이 기관장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조만간 원장 임기가 만료되는 생산기술연구연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신임 기관장 인선도 상당 기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생기원은 이영수 원장 임기가 다음 달 8일 끝나지만 해당 날짜에 맞춰 신임 원장이 취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달 초 원장 후보를 3배수로 추렸지만 아직까지 NST가 이사회 개최 여부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연은 내년 1월 26일자로 김종경 원장 임기가 만료된다. 신임 원장을 선임하려면 공모 절차 상 2개월 전에 후보 공모를 거쳐야 하지만 아직까지 손도 못 대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도 김차동 이사장 임기 만기가 다음 달 5일이지만 후임 기관장 인선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체 이사회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아 김 이사장 임기 만료일까지는 후임 기관장을 선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출연연(특구재단 제외)의 후임 원장 절차가 미뤄지는 이유는 이사회에 있다.
NST는 전체 14명의 이사회 인원 가운데 상당수가 고위직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어 이사회 개최 일정과 성원을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5명은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차관급 인사다.
최순실 사태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시국에서 고위 공무원 인사를 조율하기 어려운 것이다.
NST 관계자는 “출연연 원장 선임 등 중요 사안은 이사회 전체 인원의 과반수가 돼야 진행된다”면서 “매번 이사회 인원 일정 조율이 어려워서 이사회가 미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장 공백 현상은 기관 운영에 악영향을 미친다. 행정, 인사, 주요 사업, 외부 이슈 등 원장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 적극 대응하기가 어렵다.
출연연 관계자는 “출연연 업무 대부분이 조직 시스템으로 결정되지만 세세한 부분에서는 원장의 결정과 제시 방향을 따르게 된다”면서 “일부 출연연의 경우 원장 부재가 장기화되면 내년도 사업 예산 설정이나 주요 사업 진행에서 차질 및 혼란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