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희 기자의 날]대한민국 성장통, 그리고 경제

매주 토요일이면 대한민국이 들썩인다. 광화문광장은 국민 민심이 용광로처럼 모이고 분출하는 정치의 장이 됐다. 수백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인원이 모이는데도 경찰과 큰 충돌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된다. 이젠 사소한 충돌이 뉴스거리가 될 정도다. 울고 웃고 분노하다 서로를 위로한다. 매주 진화한다. 해외 언론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

5차 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과 일대 도로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대통령 하야를 외치고 있다.
5차 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과 일대 도로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대통령 하야를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이 아프다. 그동안 겉보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이 성장해온 듯 했으나 곳곳이 썩고 곪았다. `최순실 사태`는 곪을 대로 곪은 한국 정치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통령은 자신이 지휘해온 검찰권을 스스로 부정했다. 대국민 담화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말을 뒤집었다. 상식선을 뛰어넘었다.

국회에선 탄핵 시계가 빠르게 돈다. 국정조사와 특검도 동시에 시작된다. 난리법석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수개월간 진행될 탄핵 과정에선 정치권 이해득실 싸움이 극에 달할 것이고 그 와중에 줄서기도 일어날 것이다. 결국 국민만 허탈에 빠질 수 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그렇다고 이 난리가 무조건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한바탕 난리를 겪을 때마다 도약하고 단단해질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비약적 성장을 하려면 성장통이 따른다. 이번 `최순실 통증` 뒤에 한 단계 진화한 정치시스템이 자리잡을 것으로 믿는다. 광화문 집회만 보더라도 우리 국민 정치의식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

문제는 경제다. 성장통을 같이 앓고 있지만 통증의 강도가 다르다. 주요 경제지표는 위기등을 켠지 오래고, 그간 우리나라 경제를 이끈 기간산업은 수년째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대통령 한 명의 교체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정치 개혁으로 경제시스템도 한 단계 진화시켜야 한다. 제1 공화국부터 이어져온 정치와 기업의 낡고 썩은 관계는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 정치가 기업에서 `운영비`를 얻고, 기업이 정치로부터 `탈법권`을 얻는 구조는 이번 사태의 바다에 완전히 수장시켜야 한다.

국가 경제·산업시스템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반드시 독립시켜야 한다. `내가 원칙을 지키면 다른 사람도 지킨다`는 신뢰있는 공정 질서 확립도 절실하다. 국민의 참여가 정치 개혁을 주도하고 있듯 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변화가 필요하다.

[성현희 기자의 날]대한민국 성장통, 그리고 경제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