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퇴진 의사를 밝히며 한국 경제에 강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내년 계획한 주요 사업과 지금까지 추진해온 경제정책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시가 시급한 신산업 육성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하루 빨리 국정을 정상화해 경제 위기 심화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정책, 큰 혼란 불가피
박 대통령이 퇴진 의사를 밝히며 `정책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사라졌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 퇴진 후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중심을 잡기까지 수개월간 정상적 정책 추진은 불가능해 보인다.
국회에도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 퇴진 문제, 내년 예산안, 세법 개정, 주요 법안 처리 등 사실상 대부분의 정책 과제를 국회가 떠안은 상황이다. 박 대통령 담화를 두고 여야 평가가 크게 엇갈려 국회가 조속한 혼란 수습에 힘을 모으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책이 가장 큰 문제다. 경제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다. 9월에는 산업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떨어지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10월 이후 경제지표는 더욱 암울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동향 자료에서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증가세도 둔화되면서 경기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성장률은 내년까지 3년 연속 `2%대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6%로 하향조정했다. 정부도 조만간 종전 전망치(3.0%)를 2%대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혼란이 길어지면 경제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만큼 경제부총리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경제부총리 내정자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불편한 동거`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의 경제 수장 부재가 한 달 동안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 이슈와 관계없이 경제 분야만이라도 정부가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책 `용두사미` 막고 신산업 힘 실어야
박 대통령 퇴진은 기존·신규 경제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경제정책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신산업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지원에는 중단이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추진한 주요 경제정책이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대적으로 추진했던 규제 완화가 흐지부지 끝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부 규제 완화가 최순실 사태와 엮이며 추진 동력이 이미 상당부분 떨어진 상황이다. 옥석을 가려 우리 기업에 꼭 필요한 규제 완화는 정상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대 부문 구조개혁은 사실상 차기 정권에 과제를 넘겨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노동·공공·교육·금융 개혁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됐고, 구조개혁을 주도했던 청와대가 최순실 사태로 혼란을 겪으며 수개월째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 이슈가 아니더라도 내년은 구조개혁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시기”라며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경제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새로 계획한 사업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권이 바뀌면 경제정책의 `큰 틀`이 변한다. 경제부처들은 기존 계획한 사업이 있더라도 섣불리 추진하기 어려운 상태다. 정권 마지막 해라 대대적 신규 사업은 이미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내년 예산도 대폭 삭감될 전망이라 주요 사업이 힘을 받기 어렵다. 정부는 내년 최초로 400조원이 넘는 예산안을 편성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 등으로 국회가 예산을 상당 부분 삭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법인세, 누리과정 등 문제를 두고 여전히 여야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신산업 지원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경제정책 혼란에도 신산업 지원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각 국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산업 육성에 제동이 걸리면 순식간에 세계 시장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가 신산업 관련 법안과 예산안 처리에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도 당초 계획대로 신산업 육성책을 수립·추진해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