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 어젠다인 `창조경제`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전철을 밟고 있다. 창조경제라는 이름이 바뀌고, 현재 운영되는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모델은 수정하더라도 스타트업 육성과 지원, 창업 열풍은 지켜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로 혁신센터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최순실 측근으로 분류된 차은택은 창조경제추진단장을 맡았다. 구속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창조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성이 크게 훼손된 `창조경제`는 다음 정권에서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핵심정책이던 `창조경제`라는 개념도 사실상 함께 2선 후퇴하는 셈이다.
MB때 추진되던 `녹색성장` 정책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부분 유야무야 사라졌다. 녹색성장 정책에 참여한 기업들은 생돈만 날린 꼴이 됐다. MB시절 대통령 직속이었던 녹색성장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실 산하로 격하됐다. 전 정권의 정책이 용도 폐기되면서 거기에 참여하며 투자한 기업들은 돈만 날리고 손해를 봤다.
`창조경제`도 용도 폐기 위기에 몰리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별 전담 기업은 지난해 545억6900만원, 올해 8월까지 160억1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전년보다 축소됐지만 총 705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닫으면 기업이 낸 기부금도 모두 전 정권에서 녹색성장의 투자 전철을 밟으면서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그러나 서울시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예산 20억원을 모두 삭감하는 등 이미 내년도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 혁신센터는 전국에 들어설 때부터 비판이 있었다. 노무현 정권의 지역별 `혁신도시`처럼 전국에 만드는 방식 자체가 옛 틀을 깨지 못하고 구태의연하다는 것이다. 산업계 원로는 “그렇게 걷은 돈을 전국 혁신센터를 설립하는데 쓰는게 아니라, 차라리 대학 창업센터 등에 지원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부처 거버넌스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는 미래창조과학부를 폐지하고 ICT와 과학기술 정책기능을 분리해 각각 독립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부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실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서둘러 진행돼야 하는 과학기술 정책이나 법안은 방송통신과 함께 엮여 정권 내내 국감에서 뒷순위로 밀렸다. 공학한림원 등 같은 과학기술계 역시 내년 대선에서 채택될 과학기술, 공학정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시대가 바뀌면 주력 산업 성장동력이 발전해야 하는데, 그 성장동력은 1~2년 만에 만들어지지 않고 20년이 걸린다. 수십년 앞을 내다보고 씨앗을 뿌리고 준비하고 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모든 정권들이 단기적으로 보여주려고만 해 뿌리를 하나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럼에도 우리에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창조적 인재인 스타트업 밖에 없다”면서 “보여주기식 옛날 패러다임을 벗어나 개인과 기업 창의력을 키우고 스타트업과 히든챔피언 강소기업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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