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선언과 탄핵 사이]野 "탄핵밖에 없다" vs 與 "국회가 정해야"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를 한 시민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전자신문DB?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를 한 시민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전자신문DB?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단축과 퇴진 결정권을 국회로 넘기자 정치권이 여-여, 여-야로 갈린 가운데 이전투구를 벌였다. 새누리당은 퇴진 시점을 놓고 계파 간 갈등의 골이 더 깊게 파였다. 지도부를 주축으로 한 친박(친박근혜)계는 `임기 단축 협상`에 야당이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비박(비박근혜)계는 박 대통령 스스로 자진 사퇴 시한을 밝혀야 한다며 추가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야 3당은 여권의 퇴진 협상 제안에 `조건 없는 하야`를 요구하며 거부했다.

◇與, `퇴진 시한` 놓고 계파 간 갈등 격화

새누리당 지도부와 친박계는 30일 박 대통령이 전날 퇴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여야 간 협상을 촉구하며 이전과 다른 공세에 나섰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정적 정권 이양 방안에 대해 국회가 정하면 될 일”이라면서 “이제는 국회가 답을 해야 한다”고 조속한 협상 개시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야권의 `꼼수` 비판과 관련해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임기를 중단하고 내려놓겠다고 했고, 질서 있게 정권을 이양하고 퇴진할 수 있는 기회를 국회가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그걸 꼼수라고 하면 지나친 피해의식”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의총에서 “내년 6월 대선을 기준으로 역산하면 대통령 퇴임 시기는 4월 말 이전이 돼야 한다”면서 “속뜻이 꼼수건 아니건 국회가 대통령 사임 시기를 결정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 스스로 사퇴 시한을 밝혀야 하며 △대통령 임기 단축만을 위한 개헌은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퇴진 시한으로는 내년 4월 말을 제시했다. 협상 불발 시 12월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 가결에 동참하겠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새누리당 주류 측은 비상시국회의 해체 등을 요구하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탄핵에 동의하면 `지도부 사퇴는 없다`며 강경하게 맞대응했다. 일각에선 친박계와 비박계를 완전히 갈라놓는 박 대통령의 수가 정확히 들어맞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野 “임기 단축 협상 없다”…2일 탄핵 표결에 총력

야 3당은 이날 긴급 대표 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데 합의, 협상 자체가 탄핵 전선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꼼수`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기존의 야권 계획대로 2일 처리가 추진된다. 다만 새누리당의 비주류 동참을 위해 9일 표결 가능성도 열어 둔 상황이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탄핵안 표결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면서 “그런 뒤에 되지 않는 상황이 생기면 야 3당 대표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권은 탄핵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 퇴진 문제를 이어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대통령 임기중단·퇴진을 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헌법상 탄핵소추다. 그 외에는 헌법·법률이 보장하지 않는다”면서 “박 대통령 진퇴 문제는 탄핵안 통과 후에도 늦지 않다”며 탄핵안 표결에 집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