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선언과 탄핵 사이]불확실성 더 커진 경제계, `경제사령탑 공백` 장기화 예고

박근혜 대통령의 진퇴 결정이 더 복잡하게 꼬이면서 경제계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경제 위기 파고는 높아지고 있지만 최종 정책 결정은 하나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난 11월 2일 후임 부총리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정했지만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임 내정자의 임명이 불투명해졌다. 유일호 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부총리가 경제 수장 역할을 맡는 `모호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 위기 대응이 가능하도록 경제 사령탑 임명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퇴진 관련 거취 문제의 공을 국회로 넘기면서 경제 사령탑 임명은 후순위로 또 밀렸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30일 “금융시장 안정과 거시 경제 대응은 정치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담당하고 추진할 경제 정책의 컨트롤 타워는 있어야 한다”면서 “여야가 빨리 합의를 이뤄 경제 정책을 담당할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보호 무역주의 강화, 중국 저성장 장기화 등으로 인한 대내외 경제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잠재성장률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기한인 2일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짙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OECD 경제 전망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를 반영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발표했다.

지난 6월 3% 전망한 것과 비교, 0.4% 내렸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6월 3.3%로 유지했다. OECD는 내년의 우리나라 성장률을 낮춘 이유 가운데 하나로 박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을 꼽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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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을 2.2%로 예상했다.

한국은행도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진 점을 감안, 2.8%로 잡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계획이다.

경제 컨트롤 타워 리더십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당장 내년 경제 정책 방향을 마련하고 준비할 시간 확보가 어렵다.

수출이 지속 감소하고 있고 내수가 부진한 상황을 타계할 정책 수단을 마련할 여지도 없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최근 일련의 정치 불안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메르스, 세월호 사건보다도 훨씬 더 큰 충격으로 보인다”면서 “기업의 투자 심리 위축은 물론 가계소비 심리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정치와 정책은 분리될 수 있다”면서 “정치 불안이 정책 불안으로 연계되지 않도록 정책 지휘관들이 방향성을 잡고 각 경제 주체가 경제 활동을 적극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하루빨리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