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삼성전자, 퀄컴, 글로벌파운드리를 특허 침해 혐의로 미국법원에 제소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KAIST 자회사인 KAIST IP는 29일(현지시간) 삼성전자, 퀄컴, 글로벌파운드리(GF)가 자사 반도체 핀펫(FinFET) 구조에 관한 특허를 무단 침해했다며 미국 텍사스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핀펫은 전력 사용을 줄이고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초미세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다. 무선 단말기용 프로세서 제조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KAIST는 이종호 서울대 교수와 공동으로 핀펫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2001년 한국과 미국 등에서 관련 특허를 취득했다. 당시 국내 특허 출원은 KAIST가, 미국 특허 출원은 이 교수가 각각 담당했다. 이 교수는 이번 소송에서 KAIST에 소송 권한을 위임했다.
KAIST IP는 삼성전자와 특허 사용료와 관련, 오랜 기간 협상했지만 합의하지 못해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동일 기술을 이용하는 미국 인텔의 경우 KAIST에 핀펫 특허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제공하고 있다.
강인규 KAIST IP 대표는 “삼성과 특허 로열티 문제로 오랜 기간 논의해왔으나 여의치 않아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며 “국민 세금이 들어간 연구개발(R&D) 성과물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침해 입증자료가 완성되는 대로 대만 TSMC를 상대로 동일한 특허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KAIST IP는 KAIST가 특허 권리 행사를 위해 설립된 회사다. 2012년 설립됐고 직원은 2명이다. 이번 소송을 위해 미국에 별도 법인을 세웠다.
이강욱 IP노믹스 기자 wo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