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2008년 3월 막을 내렸던 KBS의 단막극이 2010년 5월 ‘드라마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18부작부터 최대 27부작이 상영됐는데, 올해는 10회로 구성됐다. 9월부터 하반기에만 방영이 돼 거의 절반 가까이 분량이 줄었다.
시간대도 일요일 오후 11시40분으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기에는 취약한 편성이며, 회차가 짧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형태는 아니다. 이처럼 불리한 위치에 서있는 드라마스페셜이지만 KBS가 고집하는 단막극시리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돼야 하는 가치가 있다.
먼저 드라마스페셜의 라인업에는 인지도 높은 배우부터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인 연기자, 아니면 경력은 오래됐으나 아직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까지 다양한 출연진들이 자리한다.
올해 주연들만 봐도 정소민, 이지훈, 김희원, 이상엽, 한주완, 이주승, 전혜빈, 박병은, 조달환, 류화영, 이유리, 이상희 등 인지도나 색깔 등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경력이 있는 배우에게 드라마스페셜은 미니시리즈나 일일극과 달리 신선함을 불어넣어주는 바람이다. 또한 방영일에 막다라 급하게 촬영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올해 드라마스페셜 첫 작품이었던 ‘빨간 선생님’에 출연한 이동휘는 “단막이기 때문에 집중력과 호흡을 잃지 않고 몰입할 수 있어 더 연기다운 연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인배우에게는 부담을 덜면서도 좋은 퀄리티의 작품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앞으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등용문이 된다. 이는 신입 PD에게도 해당된다. 올해 드라마스페셜을 통해 입봉한 PD는 김민정 PD와 최윤석 PD 등 총 세 명이다.
아울러 극본 공모 당선작을 선택해 더 많은 작가들이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올해에는 ‘빨간 선생님’ ‘피노키오의 코’ 등 총 세 편이 드라마로 제작됐다.
기존 미니시리즈나 일일드라마 개념이 아니라 당선작이다 보니 믿을만한 퀄리티와 새로운 소재 모두를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SF, 심리수사물, 학원물 등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이 있어 풍성한 종합선물세트가 됐다.
정성효 KBS 드라마센터장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번 단막극이 드라마 전체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드라마스페셜 연출자들이 다른 작품에서 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드라마스페셜은 1부작으로 제작되며, 올해는 모든 작품을 100% 사전제작해 후반작업에 공을 들였다. 정 센터장은 “단막극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사전제작이 아닌가 싶다. 급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공들여 만들었다”고 말했다.
드라마스페셜 촬영은 보통 7~10일 내에 끝나지만, 그 전에 4~5개월 정도 기획과 준비 단계를 거친다. 그 결과, 하나의 에피소드를 꼼꼼히 다루며 감정과 디테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짧지만 강한 여운과 메시지가 담긴 단편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드라마스페셜만이 지닐 수 있는 강점이다.
KBS 내부에서는 올해 드라마스페셜의 성과를 성공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청률은 1%대부터 3%대까지 높지는 않지만, 다양한 장르와 배우가 녹아든 완성도 높은 작품을 여럿 선보였기 때문이다. 시청자 반응 또한 긍정적이었다.
아울러 정 센터장은 최근 열린 드라마스페셜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주 시청층이 2~30대인 것을 감안해 내년에는 좀 더 젊은 감각의 드라마들을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마니아층이 아쉬워하는 점 중 하나인 편성시간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좀 더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시간대로 편성 변경을 논의하고 있음을 밝혔다.
현재 단막극 형태의 작품은 지상파 3사 중 KBS만이 제작하고 있다. 시청률, 수익, 제작비 등 여러 면에서 힘든 작품이지만 드라마스페셜이 지니는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 드라마 시장을 더욱 발전하게 만든다. KBS는 내년에도 꾸준히 좋은 작품들을 엄선해 시청자들의 눈과 귀, 마음을 즐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