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향해 형성됐던 야권 단일대오가 사실상 와해됐다. 탄핵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았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를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국민의당이 돌연 불참을 선언하면서 엇박자를 냈다. 야3당 지도부가 긴급 회동을 가졌으나 합일점을 찾지 못했다. 2일보다는 9일 탄핵소추안 발의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박 대통령이 단계적 퇴진 의사를 밝힌 이후 새누리당 비박계 기류 변화로 정국은 더 깊은 혼돈에 빠져들었다.
◇탄핵 처리 목전에 두고 야권공조 `삐걱`
박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에서 퇴진 선언을 내놓은지 사흘 만에 탄핵 정국이 급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했으나 제2야당인 국민의당은 발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늘 탄핵안을 제출하자고 했지만 거부했다”며 “가결이 보장되지 않는 탄핵안 발의는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때문에 2일 표결을 위해서는 1일 본회의에 보고가 돼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2일 표결은 자동으로 무산됐다.
국민의당은 탄핵 가결 여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 태도를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탄핵이 목적이지 발의가 목적이 아니라는 명분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정의당과 민주당은 국민의당 설득에 총력을 다했다. 9일 전에 청와대가 `내년 4월 퇴진`을 약속하면 비박계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탄핵안 통과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일에 발의도 안 했는데 9일도 비박계가 참여하지 않아 탄핵안을 발의조차 못하면 그 책임은 전부 야당이 질 수 있다”며 “국민의당이 동참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비박계, 탄핵 철회 움직임 확산
탄핵 실현 `키`를 쥔 비박계를 포함한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내년 4월 말 퇴진·6월 대통령선거 실시`를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했다.
탄핵에 동참할 의사를 내비쳤던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 철회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퇴진 시기에 대한 여야 협상이 불발되면 9일 탄핵안 찬성 표결에 나설 것이라고 했으나 비박계 수장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이 4월 말 퇴진을 수용한다면 9일 탄핵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뜻을 밝히면서 크게 동요됐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4월 말 박 대통령의 퇴임이 결정되면 굳이 탄핵을 하지 않고 그것으로 우리가 합의하는 게 좋지않겠냐”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제안에 추 대표는 “1월 말 퇴임을 해야한다”고 주장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또한 김 전 대표는 여야 간 퇴진 시기가 협상되지 않으면 새누리당 의원총회를 통해 4월 30일 퇴진을 결의, 대통령에게 답을 듣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다면 그때에도 탄핵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명시적으로 탄핵 철회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결국 어떤 식이든 박 대통령이 4월 말 퇴진을 수용하기만 한다면 탄핵엔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 친박계가 `4월 명예퇴진`을 주장하고 있어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다.
비박계가 마음을 돌리면서 탄핵안 발의 조차 하루하루 멀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朴, `정치적 고향` 대구 서문시장 방문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전격 방문했다. 서문시장은 지난달 30일 오전 2시 발생한 큰불로 이틀째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로 여론이 악화된 점을 의식한 듯 기자단과 동행하지 않고 수행 인원을 최소화해 15분가량 현장 상황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은 `정치적 고향` 대구에서 큰 재난이 발생한 것을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 대통령은 서문시장에 2012년 대선 직전과 지난해 9월 방문하면서 정치적 어려움이 있을 때 마다 찾았던 곳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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