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국민연금 압수수색 뒤 여의도가 아직도 뒤숭숭하다.
주요 증권사나 기관투자자 사이에도 후일담이 분분하다. 당시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놓은 쪽에선 “증권사는 재벌 눈치 살피며 보고서를 쓴다”며 의혹에 힘을 실은 반면에 찬성한 쪽은 “합병 후 삼성그룹 지배 구조의 불확실성이 걷히며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1년 가까이 같은 말이 반복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에도 불거진 문제다. 당시에도 다수 기관투자자의 찬성에도 의결권 자문 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합병에 반대했을 정도로 대립은 첨예했다.
검찰 수사로 여의도가 다시 들끓는 것은 불투명한 국민연금 의사결정 구조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압수수색을 벌이기 전부터 국민연금을 둘러싼 각종 루머는 여의도 증권가에 파다하게 나돌았다. 국민연금이 코스닥 중소형주를 학살했다는 내용에서부터 `최순실 사태`에 연루돼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고교·대학 후배인 현 기금운용본부장을 밀었다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이런 의혹은 검찰 수사 이후 국회로까지 이어졌다.
물론 아직까진 의혹일 뿐이다. 그러나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가 이런 의혹을 사고 있는 자체로도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신뢰는 깨진 것으로 봐야 한다.
국회예산처 등은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금 고갈로 납부한 돈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20~30대 청년들의 우려만으로도 모자라 특정 정권의 `쌈짓돈`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저출산으로 인한 연금 대책 마련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꼭 풀어야 할 과제다. 검찰 수사를 통해 그동안 국민연금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털어 내는 것이 우선이다. 의혹을 털어 내고 투명한 의사결정 체계와 기금 안정 운용을 위한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때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