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방송] ‘은밀하게 위대하게’, 허술하게 돌아온 ‘설익은 새 술’

[ON+View┃방송] ‘은밀하게 위대하게’, 허술하게 돌아온 ‘설익은 새 술’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에서 9년 만에 꺼내온 ‘몰래카메라’ 포맷의 예능이다. MC도 바뀌고 이름도 바뀌었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10년 전보다 더 어설펐다.

지난 4일 오후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첫 방송했다.



이날 의뢰인은 가수 AOA 초아와 지민, 그리고 강민경이었다. 이들은 각각 설현과 이적을 몰카 타깃으로 잡았다. MC 5인방은 평소 설현과 친한 김희철 팀과 이적과 친한 윤종신-존박 팀으로 나눠 설현, 이적의 약점을 바탕으로 몰카 계획을 세웠다.

타로 카드 운세를 맹신한다는 설현에게는 거짓 타로점이 그대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만들어 그를 당황케 했다. 비틀즈 덕후인 이적 앞에는 최근 내한한 링고스타가 등장했다. 물론 그는 링고스타로 분장한 배우였다. 이런 스타들의 모습은 평소 대중들이 알지 못했던 모습이기에 친밀감을 자아낼 수 있었다. 우연을 가장해 스타들에게 특별한 하루 선물하는 것 역시 즐거운 과정이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일밤’의 대표 콘텐츠인 ‘몰래카메라’가 다시 돌아온 예능이며, 최초의 군대 예능이자 여군특집이라는 스핀오프까지 성공했던 ‘진짜 사나이’의 후속 작품이기에 많은 관심을 모았다.

[ON+View┃방송] ‘은밀하게 위대하게’, 허술하게 돌아온 ‘설익은 새 술’

과거 이경규와 ‘일밤-몰래카메라’를 진행했고 이번에 다시 이 포맷을 꺼낸 안수영 PD는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성공을 자신했다. 하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제작진들의 자신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뚝심 있게 하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만 집중한 것이 이를 반영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새로운 감각으로 탈바꿈한 신개념 몰카’다. 이경규 혼자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5명의 MC들과 의뢰인이 함께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데서 차별점을 둘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수선함만 가중시켰다. 의뢰인을 소개하고 MC들과 함께 참여하는 과정, 그리고 속이는 내용이 2명의 타깃을 상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사건은 2번씩 반복됐다. 결론적으로 두 팀의 내용을 교차 편집함으로서 흐름은 깨졌고, 산만했다.

허술함도 문제였다. 몰카의 생명은 긴장감임에도 불구하고 스릴감이 넘치지 않았다. 특히 링고스타로 분한 외국인 배우는 TV 속 화면으로 봐도 분장 티가 심하게 났고, 몰카 중간에 이적과 설현 두 사람 모두 몰카임을 예상하기도 했다. 몰래카메라는 이제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로 볼 수 있는 포맷으로, 특별히 예능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첫 회임에도 불구하고 설현과 이적은 몰카임을 의심했던 것이다. 이런 위기를 잘 감싸안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앞으로 타깃을 속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도 허무한 결말이었다. 그나마 과정은 볼만 했지만, 그 과정은 굉장히 짧았고, 마무리는 급작스럽게 진행되어 시청자들을 당황케 했다. 그래서였을까. 앞서 첫회 촬영 후 진행되 제작보고회에서 MC들은 “‘몰래 카메라였습니다!’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감동이 있으며, 그 역할은 MC들이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1회에서 윤종신은 “스타 이적이 자신의 스타를 만났을 때 표정이 바뀌는 게 감동적이었다”고 마무리했지만, 이것은 멘트로 정리한 것일뿐 진짜 감동을 준 것은 아니었다.

출처 : 엔터온뉴스 DB
출처 : 엔터온뉴스 DB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와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가장 큰 다른점은 5MC들이다. 앞서 5명의 MC들은 “타깃을 속이는 재미 외에도 버라이어티 재미가 조금 더 가미됐다”고 말했지만, 이번 회에서 윤종신은 마지막에 상황을 정리할 때 나타나 훈훈한 멘트로 마무리 했고, 김희철은 마지막에 몰래카메라임을 밝히는 일을 했고, 존박은 직접 현장에 투입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5MC들이 합을 맞추고 버라이어티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언제 가능할까.

안수영 PD는 이경규가 출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오래된 부대에 담으면 부대가 터질 수도 있다. 우리 프로그램은 숙성된 술이라기보다는 다시 명주로 빚고 싶은 새 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을 했지만, 공개된 첫 회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설익은 술이었다. 이 술이 잘 숙성되어 기존 브랜드의 명성을 이을 새로운 브랜드가 될지, 아니면 기존 브랜드 이름에 먹칠을 하며 오명을 남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