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원전을 다룬 영화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원전을 소재로 한 작품 두 개가 동시기에 개봉을 했다. 지난 7, 8일 개봉한 영화 ‘판도라’와 ‘스톱’이 그 주인공이다. 왜 지금 원전일까.
‘판도라’는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을 돌파했다. 물론 이것은 원전 소재를 향한 관심만은 아닐 것이다. ‘판도라’는 150억 이상이 들어간 상업영화로, 1100개 이상의 스크린수를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스톱’은 김기덕 감독이 각본, 감독, 촬영, 조명, 편집, 음향까지 혼자 모든 파트의 스태프가 되어 완성한 저예산 영화로,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와 압구정 CGV, 전국에서 단 2개의 상영관만을 확보했다. 따로 배급사를 거칠 수 없어 직접 배급했기 때문이다.
‘스톱’ 측은 엔터온뉴스에 “지금쯤 원전에 관한 영화가 대한민국에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최근 몇 년 간 많은 사람들이 원전 반대를 외쳐댔는데, 영화계 쪽에서는 조용하게 있었다. 우리 영화는 올해 안에 개봉을 하려고 했었고, ‘판도라’도 개봉을 하니까 우리도 목소리를 함께 내면 더 좋겠다 싶어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일을 생각했다. 이렇게 다음 날 바로 개봉할 줄은 몰랐고, 이 부분은 우연이 겹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판도라’와 ‘스톱’은 같은 소재지만 다르게 풀어간 영화이다. ‘스톱’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능에 이미 노출된 부부가 방사능에 오염됐을 지도 모르는 뱃속 아이를 낳을 것인지 고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면, ‘판도라’는 ‘재난’에 초점을 맞춰 재난이 터진 상황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는 인물들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두 영화 모두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는 기본 전제에서 시작된 점은 같다. 김기덕 감독은 앞서 “체르노빌, 후쿠시마 방사능 누출 사고를 뉴스로 접한 후 원전 폭발에 의한 방사능 피해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느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남길은 최근 엔터온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본을 받을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지진, 원전 안전지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난 9월 발생한 경주 지진 이후, 지금 사회적 상황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원전은 콘트롤타워가 완벽해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마지막에 변경된 것은 지진 강도였다. 처음엔 지진 강도를 아주 세게 하지 않았는데, 현실감 있게 보이기 위해 지진 강도를 올렸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총 25개의 원전으로 세계 6위 원전 보유국이다. 여기에 현재 6개가 추가로 증축되고 있다. 심지어 원전 밀집도는 세계 1위로, 1개 원전의 30km 이내에 9개의 광역시가 모여 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국내 원전은 과거에 발생하였거나 향후 예측되는 최대 크기의 지진 해일, 홍수를 고려하여 부지 및 시설이 안전하게 방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대한민국 원자력발전소의 부품 납품과정 중 품질기준에 미달하는 부품들이 시험 성적서가 위조되어 수년 이상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된 일이 밝혀진 바 있다. 당시 해당 부품을 사용한 발전소의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됐었다. 만약 지난 9월 12일 경주시에서 발생한 5.8 규모의 강진이 2013년에 닥쳤으면 어떻게 됐을까. 한편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는 지난 1977년 만들어져 설계 수명인 30년을 훌쩍 뛰어넘어 오는 2017년 6월 18일 영구정지 될 예정이다. 영화 속 상황은 현실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