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평균 1000개가 넘는 기업이 생겨나고 없어진다. 영원할 것 같던 대기업 운명도 마찬가지다.
보임테크놀러지(대표 김상범·최요승)는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수많은 기업이 흥망성쇠할 때도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보임테크놀러지는 1976년 한국마이크로그라픽스로 출발했다. 일본 캐논 마이크로 필름 이미지 장비를 한국에 독점 공급한 게 인연이었다. 회사는 1987년 어음이나 수표 교환 전에 촬영하는 기기로 금융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30년간 이 분야 점유율 1위였다. 1990년대 들어서는 코닥과 손잡고 스캐너와 마이크로 필름 제품을 국내에 공급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1990년대 후반 이미지 사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 IMF 구제금융시기와 맞물렸다.
보임테크놀러지는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아날로그 중심 사업 구조를 디지털로 전환했다. 아날로그 분야 강점을 디지털로 가져왔다. 사명도 그 당시 바꿨다. `보이다`라는 동사를 명사화했다. 이미지 전문 기술력을 갖춘 ICT 기업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보임테크놀러지는 스캔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관련 장비 개발에도 나섰다. 연구소도 앞서 설립했다. 세계 수준의 이미지 장비를 다루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이용했다. 매년 매출액 7~8%를 연구비로 투자한다. 사업 기획부터 R&D, 생산, 판매, 서비스 조직까지 두루 갖췄다. 심지어 수입과 수출도 직접 해결한다.
대표 제품이 주민등록증 감별기다. 동사무소에서 본인 확인할 때 쓴다.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증 진위확인시스템 구축 때 기기 공급자로 선정되면서 개발했다. 도서 산간지역까지 보임테크놀러지 제품이 깔렸다. 시장 점유율 1위다.
선거 사전 투표 때 본인 확인하는 기기도 보임테크놀러지가 개발했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스캔 후 본인 정보와 비교하는 방식이다. 서명이나 지문도 대조한다. 2014년 6·4 지방선거 이후부터 쓰였다. 스마트폰 개통 때 사용하는 신분증 스캐너에도 같은 기술이 적용됐다. 보험이나 금융 전자문서 시장에서 필요한 태블릿 모니터와 전자펜, 인감스캐너도 보임테크놀러지가 최초로 공급했다.
최요승 대표는 “보임테크놀러지는 창립 이후 30년은 이미지 관련 기기 공급, 이후 10년은 직접 개발한 제품을 판매했다”면서 “앞으로 10년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 기업이 목표”라고 말했다.
보임테크놀러지는 100년 기업을 꿈꾸며 가치관 경영을 도입했다. 김상범 대표가 주도했다.
김 대표는 “보임테크놀러지가 없어진다면 어떤 게 불편해질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면서 “40년 기업 유지 비결을 기업 존재 이유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보임테크놀러지가 공유하는 가치관은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걸 스캔하고 판독해 유용한 정보로 제공하는 실행지침도 마련했다.
가치관 도입 후 직원 스스로 보람을 찾기 시작했다. 존재이유, 사명, 핵심가치 등으로 무장하면서 실제적으로 회사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이는 생산성, 시장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올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김 대표는 “기업이 이익 창출보다 사회 기여에 중점을 두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라면서 “사회와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만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