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배치를 결정한 지난 7월 이후 한국인 대상의 비자 발급 요건과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화학제품인 폴리아세탈 반덤핑 조사, 전기자동차 배터리 인증 기준과 조제분유 규제 강화, 화장품 중금속 기준 상향 조정 등 사드 후폭풍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한류 콘텐츠를 대상으로 혐한령이 내려졌다는 후문이다. 중국 정부가 또 어떤 카드를 내세울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으로의 온라인 수출(역직구) 제재 움직임이 포착됐다.
◇온라인 수출 불똥 튀나 `촉각`
중국 정부가 온라인 수입 물품에 대한 세금 징수율 높이기에 나섰다. 5%에도 채 못 미치는 징수율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온라인 수입품에 대한 세금 납부는 중국 소비자 몫이었다. 그러나 수입 물량 자체가 워낙 많다 보니 세금을 회피하는 소비자들을 막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관세 납부 주체를 소비자에서 판매자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감독이 다소 쉬운 판매자를 옥죄어 징수율을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세금 납부는 판매자 대신 배송사업자와 같은 수입업체가 맡는다.
이 같은 현지 움직임에 전자상거래 업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를 비롯한 대중국 온라인 수출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낼 세금만큼 상품 가격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해외직구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물건 값 상승이 해외직구 판매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온라인 수출 규모는 5512억원이다. 1년 전보다 105.4%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중국 판매액은 151.7% 급증한 4371억원으로, 전체의 79.3%를 차지했다.
반면에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빅데이터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내 해외직구 선호 국가는 미국(58.2%)이 1위, 한국(34.3%)이 2위다. 두 나라의 점유율을 합치면 90%가 넘는다.
중국 정부는 또 온라인 수입에 적용해 온 `행우세(parcel tax)`도 없앨 예정이다. 면세 혜택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행우세는 일반 관세 대비 세율이 낮고 면세 혜택이 큰, 이른바 간편 관세로 불린다. 전자상거래 활성을 위해 도입됐다.
현재 해외직구 상품은 행우세가 적용, 세액이 50위안(약 8500원)을 넘지 않으면 면세 대상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행우세가 사라지면 일반 화물과 마찬가지로 면세 조항도 모두 삭제된다. 해외직구 상품마다 최소 11.9%에서 최대 70%까지 세금이 부과된다.
◇중국 역발상, 국제 고립 자초(?)
지금까지 해외직구로 상품을 구매할 경우 물건이 세관을 통과하면서 상품 종류와 규모에 따라 세율이 산출됐다. 소비자가 낼 세금은 자동 계산됐다. 대부분 국가가 이 같은 방식을 쓴다. 국내외 주요 온라인 쇼핑몰은 아예 `관세는 고객 부담`이라는 문구를 명시해 놓고 상품을 팔고 있다.
우체국 국제 특송 서비스(EMS)는 배송에 앞서 소비자에게 납부 관세를 계산해서 알려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소비자가 아닌 판매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역발상을 시도하고 있다. 세금 징수율을 높이고 온라인 수출 무역 장벽을 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 정부의 뜻대로 되긴 어렵다. 정확한 세금은 통관 절차를 밟으면서 확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1인당 연간 구매 한도를 2만위안으로 정했다. 만약 3만위안을 구매했다면 2만위안까지는 증치세(수입부가세)만 내면 된다. 기준을 넘어선 1만위안에 대해선 증치세에 초과 관세를 더해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판매자는 소비자별 상품 구입 내역을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 나라는 판매자가 아닌 자국민 기준으로 관세를 징수한다. 중국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변화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제작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18일 “중국 입장에선 누가 세금을 내든 제대로 걷기만 하면 된다”면서 “그런데 굳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제도를 도입, 국제 고립을 자초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 및 구매액 현황 (단위: 억원)>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