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sslee@etri.re.kr
최근 뇌과학을 공부하고 있다. 뇌에 대한 접근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고 의미를 새로이 부여하는데 재미를 느낀다. 그것으로부터 과거의 지식을 익히는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단초가 있어 소개해 본다.
인간의 뇌는 현재에 종속된 감각에서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시공간을 초월 가능한 특수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곧 다른 생명체들과 차이를 벌려 지구을 지배하는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추론 역시 뇌 속의 메커니즘 덕택에 가능한 것이다. 이 메커니즘을 가장 명료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베이즈 통계학이다. 고전 통계학과 달리 베이즈 통계학은 실증적 통계학이라 할 수 있다.
지난 봄, 우리에게 충격을 가져다 줬던 인공지능 알파고도 우리 뇌 속의 베이즈식 작동방식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두 번째 단초는 우리 뇌가 각성되는 세 가지 요인이다. 뇌에는 편도체와 해마, 전두엽이 있다. 편도체는 좋아 하거나 싫어하는 것, 해마는 새로운 것에 대한 감각에 뇌를 각성시키도록 동작한다. 전두엽은 우리의 의지나 목적에 의해 뇌를 각성시키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뇌는 일상적 경험으로부터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에 대해 그 절차를 기억하게 하고, 여러 가지 일상적 기억들을 공통적 요소로부터 의미를 추출하여 기억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전자를 절차기억이라 한다. 주로 선도체를 중심으로 몸이 기억을 담당한다. 후자를 의미기억이라 부른다. 범주화 능력에 따라 전두엽의 다양한 곳에 기억된다.
이 세가지 단초를 종합해 보면 인간의 경험지식은 인간의 기억에 영향을 주고, 인간의 기억은 인간의 미래 행동에 영향을 준다. 옛 것이 반드시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음을 뇌과학적 지식으로부터 쉽게 알 수 있다.
놔과학적 지식은 바로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이라는 말의 의미에 토를 달게 한다. 뇌는 기본적으로 `좋은 것`과 `새로운 것`, `가치가 있는 것`에 각성되고 활성화된다. `좋은 것`에만 치중되면 지식의 편식이 생기고 `새로운 것`을 접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새로운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새로운 기억이 없으면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 결국 뇌과학은 우리 뇌가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추구할 때 우리 몸도 새로운 것을 기억하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행동도 가능해진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옛 것`으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옛 것`을 제대로 아는 것이 곧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지름길 이다. `옛 것`에 대한 피상적인 지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로 본질을 알 때, 그 본질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과 같다. 비로서 새로운 가치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본질에의 접근은 `호기심`과 `치열함`으로부터 온다. 이 또한 과학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그 `호기심`과 `치열함`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여유에서 출발한다. 과학기술은 새로운 가치, 새로운 개념을 이끌어 내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한다. 세상이 과학기술을 따뜻하게 감쌀 때 새로운 가치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는 역사적 사실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