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공연 리뷰] 신화, 6845일 동안 변함없는 오렌지 빛 겨울

[ON+공연 리뷰] 신화, 6845일 동안 변함없는 오렌지 빛 겨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6845일도 넘게 단 하루도 지겹지도 않잖냐”

이 가사가 담긴 신화 정규 7집 앨범 수록곡 ‘투게더 포에버(2gether 4ever)’가 발표됐을 당시는 2004년. 데뷔한지 6년이 지난 시기였기에 원래 가사는 ‘2190일’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7년 뒤, 지나 온 시간의 곱절이 넘는 시곗바늘이 흘러 어느새 신화는 데뷔 19주년을 앞두고 있다.



신화는 지난 17, 1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단독 콘서트 ‘2016 신화 라이브 - 언체인징(Unchanging)’을 열었다. 공연 타이틀은 ‘언체인징’이었지만 변화는 많았고 또 한편으로는 변함이 없었다.

◇ ‘체조경기장 아니야~’...새로운 곳, 새로운 매력

신화는 늘 찾던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그리고 매년 공연을 하던 3월이 아닌 12월에 팬들과 만났다. 겨울 공연은 무려 12년 만이다.

올림픽 체조경기장 공연 당시 다소 들쭉날쭉했던 볼륨은 이번에는 고르게 들렸고, 뒷좌석 끝까지 깔끔하게 전달되며 공연의 질을 높였다. 특히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이 적나라하게 느껴질 정도의 음향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화는 음원 같은 가창력을 보여줬다.

달라진 조명과 영상효과 또한 눈에 띄었다. 항상 웅장하게 무대를 비추며 신화의 무게감을 강조했던 조명은 알록달록 무지개 빛깔로 바뀌어 한층 발랄한 느낌을 연출했다. 배경 스크린 역시 금빛 반짝이와 눈부신 별 등 화려한 효과들이 더해졌다. 겨울의 따뜻한 느낌과 고급스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ON+공연 리뷰] 신화, 6845일 동안 변함없는 오렌지 빛 겨울

그래서인지 신화의 관록을 볼 수 있는 무대의 향연이었던 과거 공연과 사뭇 달랐다. 신화의 내공이 가득한 퍼포먼스에 보다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무대가 추가됐다. 이런 ‘단짠단짠’ 매력은, 겨울 공연이어서인지 평소 공연 때보다 많아진 커플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됐다.

◇ 신화와 함께 ‘미리 크리스마스’

‘브랜드 뉴(Brand New)’ ‘디스 러브(This Love)’ ‘헤이 컴온!(Hey Come on!)’으로 공연의 포문을 열고 칼군무를 추던 댄스그룹 신화는 크리스마스 노래와 함께 ‘비글돌’로 돌아왔다.

올해 공연이 크리스마스 언저리에 개최된 만큼, 신화 멤버들은 이번 공연이 ‘파티’가 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세트리스트 역시 이에 맞게 겨울과 관련된 노래들로 대거 구성됐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2004년 발매된 ‘윈터 스토리 2004~5’의 수록곡 무대였다. 총 여섯 곡의 무대는 멤버들의 솔로로 꾸며졌다. 이는 2006년 ‘신화 2006 투어 - 스테이트 오브 디 아트(SHINHWA 2006 TOUR - STATE OF THE ART)’ 이후 약 10년 만으로,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리메이크 앨범을 여섯 명 모두 각자 부른 것은 처음인데, 멤버들 각자 개성에 맞게 노래를 편곡해 듣는 재미를 높였다. 전진은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를 불렀고, 뒤이어 김동완은 ‘이층집 소녀’, 앤디는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이민우는 ‘안녕’, 신혜성은 ‘그대 눈물까지도’를 열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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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좀처럼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없던 에릭까지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를 불러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2004년 공연 당시,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진정성 가득한 노래를 선사한 바 있는 에릭은 2016년 공연에서도 떨리는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들려주며 묘한 데자뷔를 불러일으켰다.

신화는 이외에도 ‘기도’ ‘눈 오는 날’ 뿐만 아니라, 무려 16년 전 발표한 SM타운 앨범 ‘루돌프 사슴코’ 무대까지 오랜만에 선사하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또 최근 발매한 정규 13집 앨범 ‘언체인징’ 파트1의 ‘우리’ ‘오렌지’ ‘아는 사이’ 등도 함께 불러 시간을 넘나드는 겨울을 선사했다. 꼭 캐럴이 아니어도 재즈풍의 편곡을 통해 따뜻함을 안겼다.

◇ 변하지 않는 것, 신화 그리고 신화창조

이토록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신화 콘서트에서 볼 수 있으리라 어찌 생각했을까. 이번 공연에서는 이 같은 확실한 변화 속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신화와 신화창조의 세월이 묻어나는 관계다.

신화는 여전히 무대 위를 전력질주하며 열정적인 공연을 선사했다. 멘트타임 때는 피카츄 흉내를 내거나 잔망을 피우며 ‘아무 말 대잔치’를 펼쳤다. 팬들은 팔과 다리가 부서져라 야광봉을 흔들고 점핑을 하며 화답했고, 멤버들의 장난에 장단을 맞추거나 오히려 짓궂게 반격하며 호흡했다.

이날 신혜성은 스탠딩석에 있는 팬들에게 “다리 아픈 것 다 안다. 그런데 우리도 아프다. 다 같이 아프자”며 서로의 연륜(?)이 느껴지는 멘트를 해 이들의 시간을 실감케 했다. “신화가 뭐냐”고 묻는 어린 딸아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팬도 실제로 목격됐고, 신화는 자연스럽게 팬들의 ‘남편’을 언급했다.

[ON+공연 리뷰] 신화, 6845일 동안 변함없는 오렌지 빛 겨울

실제 음주를 하는 등 신화의 본모습이 담긴 VRC도 마찬가지다. 신화가 직접 구성한 이 영상은 신화를 자유롭게 풀어놓은 예능을 보고 싶다던 팬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과 동시에 신화와 신화창조였기에 가능한 솔직한 콘텐츠였다.

더군다나 신화가 이렇게 술을 마시는 모습은 처음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하자, 팬들은 무려 14~15년 전 과거 방송을 언급하며 처음은 아니라고 정정해주기까지 했다.

이제 신화창조는 신화가 기억 못하는 일들을 다시 추억으로 되새겨주고, 신화는 신화창조에게 또 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이민우는 ‘별’ 가사를 통해 “절대 이별 따윈 없어/여태 지켜왔잖아/수많은 시련은 넘겨지는 이야기의 페이지였잖아”라고 말했다. 에릭은 과거 신화 공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요즘 나이 들다 보니깐 주변에 편이 많이 없다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러데 여기 와보니깐 여기 있는 사람 다 내 편이네요”라고.

신화와 신화창조를 둘러싼 환경과 이들이 보여주는 것들은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공연이었다. 이렇게 신화와 신화창조는 그들만의 오렌지 빛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있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