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방송] ‘우결’ 새 커플의 방향성은? … 판타지 아닌 진정성 추구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는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보여주는 가상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약 8년 동안 많은 관심과 논란 속에 자리해왔다.

새롭게 이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게 된 허항·김선영 PD는 최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대중들이 무엇을 비판하고 있는지, 어떤 점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과거와 달리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또 전성기처럼 사랑받을 수 있는 커플을 내세워 반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이들이 내건 새로운 커플은 최태준-윤보미, 슬리피-이국주, 공명-정혜성 커플이다.



앞서 ‘우결’은 ‘선남선녀’의 예쁜 모습만 보여줬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두 사람이 인연을 이어가는데 갈등이 전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김선영 PD는 “과거엔 네 커플이 나오면 4가지 색이 있었다. 비교하는 맛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모두 다 달달한 모습만 나왔다. 매일 달콤하고 심장 터질 것 같은 모습만 보여지는 게 아니라 예능프로그램이니까 재밌게 결혼생활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출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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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작진들은 슬리피-이국주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슬리피-이국주는 ‘나 혼자 산다’에서 스핀오프된 성격의 커플로, ‘나 혼자 산다’ 촬영 당시 자꾸만 ‘우결’ 분위기를 만들어내 ‘우결’로 진출(?)하게 됐다. 이들은 ‘선남선녀’라기보다는 개성 있는 커플이다. 어찌 보면 생김새부터 생활 패턴까지 극과극으로 보이는 이들이 어떤 결혼 생활을 펼쳐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에서 이국주는 허약한 체질의 슬리피의 체력을 길러주기 위해 체육관을 찾았다. 슬리피는 자신의 팔뚝보다 더 두꺼운 로프로 운동을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 남성스러움을 강조했다. 이국주는 손이 많이 가는 요리인 밀푀유 나베부터 오징어 무침, 장조림 등을 뚝딱뚝딱 해내어 여성스러움을 드러냈다.

여기까지는 기존 커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국주는 밥을 먹던 도중 자신이 장조림을 담았던 그릇과 슬리피가 기르는 강이지의 물그릇이 같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슬리피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미안한 마음에 결혼식 때 맞지 않아 제대로 주지 못한 반지를 다시 선물했다. 하지만 이번 반지 역시 이국주의 손가락에 맞지 않았다. 이국주는 주방용세제의 힘으로 반지를 손가락에 밀어 넣었고, 그들만의(?)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출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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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커플 중 가장 ‘우결’에 먼저 합류한 최태준-윤보미 커플은 다른 커플에 비해 다소 밋밋하다. 다만 최태준-윤보미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을 꺼내볼 수 있는 출연자다. 최태준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센스 있는 입담을 가지고 있어 친구들이나 연인과 있을 때 매력이 극대화된다. 윤보미의 경우엔 원래 성격이 좋기로 유명한 연예인 중 한 명이지만,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기는 힘들었다. 윤보미는 이 방송을 통해 데뷔 이래 보기 힘들었던 여성스러운 매력을 발산 중이다.

지난 17일 방송분에서 윤보미는 처음으로 최태준과 그의 반려묘의 식사를 준비했다. 최태준은 보미의 김치전을 “제육볶음 닮았다”라고 말해 보미를 속상하게 했지만, 시청자에게는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어진 농구ㆍ축구 등 경기에서 보미가 최태준보다 더 나은 실력을 보여 당황케 했다.

출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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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결’에서 가장 질타를 받는 부분은 ‘진정성’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실제 이상형에 맞는 상대를 매칭한 것이고, 그 커플은 정혜성-공명이다. 이들은 앞서 하루 종일 전화를 하는 콘셉트의 방송인 tvN ‘내 귀에 캔디’에서 케미스트리를 뽐낸 적 있는데, 사실 ‘우결’은 이 방송 전부터 두 사람을 커플로 선정했었다. 정혜성을 출연자로 염두에 두고 인터뷰를 했을 당시, 정혜성이 솔직하게 공명과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 것. 제작진들은 “정혜성-공명 커플은 정혜성이 실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실제 커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예능이 아닌 다큐의 느낌이 많이 있다”고 귀띔을 하기도 했다.

‘대본은 절대 없다’고 밝힌 만큼 실제 대본도 없고, 출연자들이 진심이라면 프로그램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된다. 리얼리티가 느껴질수록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게다가 이 공명-정혜성 커플은 솔직한 표현으로 방송 2회 만에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방송에서 정혜성은 공명에게 “웃는게 예뻐” “내 스타일이라니까” “눈에 뭐 들어간 줄 알았어. 너무 초롱초롱해서” “처음부터 손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 스킨십 엄청 좋아해”라고 말한다든가 아버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 얘랑 진짜 만날 거다”라고 돌직구를 날려 공명을 비롯해 아버지까지 당황하게 만들었다.

세 커플 모두 각자의 특색을 가지고 있지만, 다만 아쉬운 것은 비슷한 시기에 투입이 되어 비슷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우결’은 ‘결혼생활’ 혹은 ‘연애’하는 과정이 보여지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초반의 설렘부터 점점 익숙해지고 무르익는 맛이 있다. 이 세 커플은 현재 만난 지 얼마 안 된 초보 커플로, ‘처음으로’ 같이 밥을 만들고, ‘처음으로’ 손을 잡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우결’의 흥망성쇠는 출연진이 ‘누구’인지보다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때문에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이어질 비슷한 과정을 이 세 커플은 각자 어떤 차별점으로 시청자들을 이끌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