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을 맞는 치과용 의료기기 시장에 소프트웨어(SW)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지만 치과용 설계, 시뮬레이션 솔루션은 물론 진단용 장비까지 전량 외산에 의존한다. 국내 산업 경쟁력 우려가 제기된다.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치과용 의료기기 시장에서 SW 기술 확보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20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과 업계에 따르면 치과 진단, 기공용 기기 영역에 디지털화가 가속화된다. 이전과 전혀 다른 산업 재편이 예상되지만 국내 기업 대응은 걸음마 수준이다. 핵심 SW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과 전문 인력 확보가 비상이다.
치과용 의료기기는 치아와 주위 조직, 구강 등 영역에 질병이나 비정상 상태를 진단, 치료하는 기기다. 2014년 세계 시장은 54억1600만달러로 2019년 71억38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의료기기 시장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다.
최근 치과용 의료기기 시장은 혁명적 변화를 겪는다. 디지털 방사선장비, 구강 스캐너, 컴퓨터 기반 임플란트 시술 등 기계식 장비에서 벗어나 디지털시스템을 이용한 첨단화가 대표적이다.
구강 스캐너, 모델 스캐너를 이용해 환자 구강 정보를 획득, 보철물이나 수술을 진행하는 CAD(Computer-aided-design)·CAM(Computer-aided-manufacture)이 손꼽히는 유망 영역이다. 지르코니아, 리튬다이실리케이드, 폴리머 등 치과재료까지 고려하면 파급효과는 더 크다.
2013년 세계 치과용 CAD·CAM 시장은 약 5억5000만달러로 추산된다. 2017년까지 연평균 8%씩 성장해 7억5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시장도 연평균 8.45%씩 성장해 올해 약 455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디지털 치과 의료기기 영역에서 가장 유망한 영역이지만 국내 산업은 열악하다. KEIT에 따르면 국가별 치아 배치와 교합 관련 3D 시뮬레이션 기술 특허는 미국이 884건으로 가장 많다. 일본 135건, 유럽 115건을 기록하지만, 우리나라는 21건에 불과하다. 보철 가공을 위한 CAM 기술도 미국(1216건)의 10분의 1 수준인 140건 뿐이다.
자체 개발한 CAD·CAM을 공급한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글로벌기업 시로나 덴탈시스템, 3M ESPE 등에서 전량 수입한다. 데이터 분석, 시뮬레이션 등 고급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은 물론 개발조차 어렵다.
외산 CAD·CAM 솔루션은 카피당 4000만원이 훌쩍 넘을 정도로 고가다. 패키지로 구성돼 의료기관은 일부 기능만 필요하더라도 비싼 돈을 지불해 모두 구매해야 한다. 연간 소요되는 유지보수 비용은 물론 신속한 서비스를 못 받기도 한다. 해외기업에 100% 종속된 탓이다. 개화기 디지털 치과용 의료기기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계속 밀린다는 우려가 크다.
허영 KEIT 메디칼디바이스 PD는 “삼성전자가 전통 TV시장에서 소니를 제친 것은 디지털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허 PD는 “이제 막 디지털로 넘어가기 시작한 치과용 의료기기 시장에서 국내기업도 공동 전선을 구축해 R&D와 마케팅을 시도하고, 정부는 원천기술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산 CAD·CAM 개발 움직임이 없지는 않다. 임플란트 시장 1위인 오스템 임플란트는 내년 보철용 CAD 솔루션과 구강 스캐너를 출시한다. 네오바이오텍도 장기적으로 외산을 대체할 국산 솔루션을 기초단계에서 연구 중이다. 대규모 재원이 투입되는데다 의학적 지식을 보유한 SW전문가가 부족해 쉽지 않다.
엄태관 오스템 임플란트 전무는 “단숨에 외산 기능을 따라가기는 어렵지만 사용자 편의성,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진입을 시도한다”면서 “이르면 새해 국산 CAD를 출시하면 소비자는 외산 대비 최대 50% 가까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