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타려면 제대로 된 일을(Right things) 제 때에(Right time) 맞춰 해야 한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미국 브라운대 교수가 20일 서울 홍릉 고등과학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노벨상 수상 비법을 소개했다. 그는 그동안 수차례 노벨상 후보에 올랐지만 번번이 물을 먹었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노벨상을 타는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며 “하나는 목적이 제대로 된 거대 프로젝트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연구자) 개개인에 관한 문제로 새롭고 중요한 연구나 남과 다른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벨상을 탄 것을 `행운`이라고 소개했다. 코스털리츠 교수에 따르면 그는 1970년대에 입자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좌절되면서 버밍엄 대학교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았다. 그 때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데이비드 사울리스 교수가 입자물리학과는 전혀 다른 쪽의 연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게 바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2차원, 즉 평평한 물질구조에서의 위상학적 결함과 상전이 현상`이다. 이들은 2차원에서도 상전이가 존재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
극도로 얇은 2차원 막에서는 질서를 가진 물질이 존재할 수 없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코스털리츠는 위상수학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상전이를 설명하는 이론을 발표했다. 논문 발표 당시 학계에서는 기존 이론과 모순된다며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1977년 코넬 대학에서 한 실험에서 이 이론이 적용된 연구결과를 내놨고 그 이후 널리 알려지게 됐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제대로 된 물리학자라면 어느 정도 능력이 있다. 그런데 그 능력을 제대로 된 문제에, 제대로 된 타이밍에 맞춰야 한다”면서 “난 CERN에 가서 입자 물리학을 하려 했는데 버밍엄에 왔고 거기서 사울리스를 만나 함께 일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사울리스는 궁금해서 해보자는 것이었고, 난 이 분야를 전혀 알지 못하니까 도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며 “비록 내 이력이 직진이 아니고 꼬불꼬불했지만 그 속에 행운의 요소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젊은이들에게 조언도 덧붙였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인정받지도, 이해받지도 못하지만 나 자신이 한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막연히 언젠가는 인정받겠지라고 생각했다”며 “중요한 연구를 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일은 물리학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 주제를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리저리 바꿔보고, 새로운 주제를 찾는 것도 좋은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