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주 한국전기연구원(KERI) 정밀제어연구센터장은 KERI 전기·전자, 제어 역량을 기계와 융합한 `공작기계용 전장품 국산화`를 이끌고 있는 과학기술인이다.
공작기계는 기계 부품과 제어기를 포함한 전자전기 부품(전장품)으로 구성된다. 전체에서 전장품 비중이 30%에 이르지만 국내 공작기계용 전장품 90% 이상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매년 수입 규모는 6000억~7000억원에 달한다.
KERI는 2014년 공작기계용 전장품 국산화를 목표로 공작기계 핵심 부품인 컴퓨터수치제어(CNC) 상위 제어기, 서보·스핀들 드라이브 개발을 탑다운 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이 과제를 기획하고 수행하는 책임자다.
“우리나라 공작기계 가공 및 조립 기술은 독일,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생산 규모도 세계적 수준입니다. 문제는 핵심 부품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한다는 것입니다. 공작기계 제조용 핵심 부품은 대표적 무역 역조 분야 중 하나입니다.”
그가 밝힌 과제 추진 배경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주도해 온 범용 공작기계 시장은 중국 후발업체에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공작기계용 핵심 부품 국산화는 이미 선택이 아닌 생존 문제로 대두됐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일본 화낙 성공 요인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화낙은 공작기계 컨트롤러와 산업용 로봇을 개발 제조하는 세계 최고 기업이다. 국내 공작기계 생산 기업 90% 이상이 부품을 화낙에 의존하고 있다.
화낙의 성공 요인은 시스템 설계부터 제조, 설치, 시험까지 일괄적으로 책임지는 턴키방식 비즈니스 전략, CNC와 모터, 드라이브, 네트워크 솔루션 등 핵심 부품의 완벽한 라인업, 고객 요구를 반영한 지속적 성능 개선 등 탁월한 신뢰성 확보, 고유의 네트워크 프로토콜로 타사 개발품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폐쇄적 구조 등이다.
김 센터장은 이를 벤치마킹해 공작기계는 물론 산업자동화 전반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개방적 구조의 연구개발(R&D)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 개방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성능 서보와 스핀들 드라이브 기술을 개발·공급할 계획이다.
최근 개방형 R&D플랫폼 `이더캣(EtherCAT)` 구축을 완료하고, 이를 통해 CNC 상위제어기, 서보·스핀들 드라이브 개발을 완료했다. 현재 개발 부품을 3축 가공기와 이동형 로봇 제작에 적용해 장시간 걸친 부품 성능 검증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성능 검증을 완료한 CNC 상위제어기, 서보·스핀들 드라이브는 로봇, 3D프린터, 반도체 제조 장치 제어시스템에 활용 가능하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한 핵심 장비로도 활용할 수 있다.
김 센터장은 “국내외 공작기계 전시회에 가보면 제품 외양에는 우리나라 기업 로고가 붙어있지만 핵심 부품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외산”이라면서 “국산화에 성공해 외양과 내부 부품까지 우리나라 로고가 찍힌 첨단 공작기계를 자랑스럽게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