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KTX)가 개통된 지 12년이 지난 가운데 관련 장비나 부품 국산화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그 중 선로변기능모듈((TFM: Trackside Functional Module, 이하 'TFM')은 국산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장비로 꼽힌다.
TFM은 신호설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선로(線路)전환기를 제어하는 장치다. 철도신호설비는 열차의 안전운행, 수송능력과 직결된다.
TFM이 고장 나 선로전환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열차 운행이 정지되거나 심하면 탈선 위험까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즉시 재가동될 수 있도록 '이중화'의 기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가 나면 치명적인 항공기의 경우에는 이중화에서 더 나아가 '5중화'까지 안전장치를 하고 있다.
TFM의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은 티원시스템(이권석 대표)이란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한국철도공사에서 수요처 과제(구매조건부) 요청을 해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이 심의를 마치고 중소기업기술개발사업 협약에 따라 TFM의 국산화에 나섰다.
당시 한국철도공사는 경부고속철도 1단계 선로변기능모듈의 내구연한 10년이 도래해 수입품 대체목적으로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을 티원시스템과 계약 체결했다.
티원시스템은 약 2년에 걸친 국산화 개발 끝에 TFM의 핵심 장비인 PM(파워모듈)과 UM(유니버셜 모듈)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들 장비에는 '코리아'란 의미를 붙여 'KPM' 'KUM'이라 명명했다.
이 제품은 특허(특허번호 제 10-1594890호)를 얻어 앞으로 수입품 대체효과는 물론 수출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미 경부고속철도 1단계 구간에 설치돼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추가적인 적용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기존 경부고속철도에서 운용 중인 TFM은 모두 프랑스 알스톰사의 제품을 쓰고 있다. 이 제품은 개발된 지 약 30년이 지나 관련 부품들도 단종 및 구형이 된데다, 본래 알스톰 장비는 '이중화'를 구현하지 않았다. 게다가 완제품을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원자재 수입 및 로열티 등의 형태로 외화가 유출된다. 이에 반해 국내개발품을 생산하면 고용 창출과 국산부품 수급으로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티원시스템이 개발한 제품은 TFM에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1/500초 안에 재가동될 수 있도록 '이중화' 설계가 돼 있어 열차운행중단이나 탈선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고장시에도 계속 운행이 가능하며, 즉시 교체할 수 있는 복원장치시스템이 개발, 내장돼 있다. '이중화' 고장 즉시 교체하지 못하면 제 2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애써 국산화에 성공한 제품이 변화를 꺼려하는 일부 수입업자들의 벽에 막혀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철도 산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더 이상 외국 고속철도의 시험장이 돼서는 안 된다"며 기술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주요 기술뿐 아니라 사용량이 많거나 설비가 개선된 부품 등에 대해 지속적인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국산화의 관건은 '판로'인데 협소한 국내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해외시장 개척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다만 국산화의 기술개발은 기업별로 계속 연구 중에 있다. 단독 제품과 달리 핵심 기술 및 열차시스템과 연동장치 시스템은 아직 상대적으로 뒤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미소기자 (m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