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새해 새롭게 적용되는 산업기술 연구개발(R&D) 규정을 고시했다. R&D 과제 기획과 선정, 수행, 평가, 사후관리 등 전 부문에서 기존보다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확 바뀐 제도 탓에 전담기관과 과제 참여자 모두 혼선이 일 수 있다. 확 달라진 산업기술 R&D 규정을 꼼꼼히 살펴보고 기대효과를 점검한다.
과제 전담기관들은 과제 실태조사와 연차평가 폐지를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연차평가와 실태조사는 R&D 전담기관이 과제를 `담금질`하는 과정이다. 전담기관은 그간 꼼꼼한 평가로 R&D 과제 적합성을 평가해왔다.
과제 실태조사·연차평가를 워크숍 형태 연구발표회로 대체한다는 것이 산업부 구상이다. 과제 책임자와 평가위원 간 질의응답으로 이뤄진 기존 연차평가와 달리 과제 참여연구원도 함께 참여하는 토론 형식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선진국은 이미 연차평가 없이 워크숍, 보고서로 연구진행을 파악하고 과제수행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세부 사안은 내년 상반기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창의산업기술본부 사업총괄팀장은 “연구발표회 형태 세부사안은 내년 초 나오고 상반기 시범적으로 연구 발표회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 최소참여율`을 완화한 것도 큰 변화다. 산업부는 지난해 연구원 최소참여율을 20%로 제한하는 R&D 규정을 도입했다. R&D에 참여하는 연구자 연구 몰입도를 높이려는 조치였다. 1%, 5% 등 한 자릿수 과제 참여율로 이른바 `숟가락만 얹는` 연구자를 막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참여율을 자로 잰 듯 20%로 일률 제한해 지나치게 경직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업부는 연구원 최소 참여율을 10%로 완화했다. 연구자가 한 자릿수 참여율로 등록해 숟가락만 얹는 것을 막으면서, 참여연구원이 연구과제 참여율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 연구 창의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한 R&D 관련기관 연구자는 “지난해 참여연구원 최소참여율을 20%로 정한 것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국연사)`의 이른바 `3책5공(신청과제 총괄책임자 또는 참여연구원이 총괄책임자로 동시 수행하는 과제가 3개를 초과하거나 연구원으로 동시 수행과제가 5개를 초과할 때 사전 지원제외 대상으로 처리)`에 바탕을 뒀다”면서 “그런데 1%, 5% 잡자고 20%로 기준을 정한 것은 과도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이번에 10%로 정했다. 이는 두 자릿수 중 제일 낮은 숫자로 제도에 유연성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 수행과제 총량제(총량제)`를 개선한 것은 기업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동시 수행과제를 중소기업 세 개, 중견기업 다섯 개로 제한하는 총량제를 도입했다. 중소·중견기업이 보유역량과 무관하게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해 정부재원에 의존하는 이른바 `좀비기업` 양산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업은 총량제 규정이 너무 일률적이라며 부담을 호소했다.
산업부는 이번 R&D 규정 개선에서 총량제 적용 예외를 확대했다. 구체적으로는 △총량제 산정기준을 수행기관(주관+참여)에서 주관기관 기준으로 변경 △예비타당성 평가를 통과한 사업과 표준화 사업은 총량제 적용 제외 △우수성과 기업에는 총량제 적용기준을 한 개 과제씩 완화하는 등 개선 방안을 적용했다. 빡빡하게 규정된 총량제에 숨통을 틔워 R&D 과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이 중 총량제 산정기준을 수행기관에서 주관기관으로 축소한 것이 기업 체감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제 수행기관은 과제를 주도하는 주관기관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참여기관으로 나뉜다. 이 중 주관기관에만 총량제 산정기준을 적용하면 중소·중견기업이 R&D 과제에 참여기관으로 들어갔을 때 총량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조원철 산업부 산업기술개발과 사무관은 “중소·중견기업이 과제 주관기관이 아닐 때 총량제에서 세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기업이 R&D 과제에 산학연 컨소시엄을 꾸려 들어오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체감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계와 연구자 요구를 대폭 반영한 사업비 관련 규정 변화는 내년 산업기술 R&D 규정 개선 방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는 평가다. 산업부는 자유로운 연구 수행을 위해 사업비 사용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비영리기관이 내부전문가 자문을 자유롭게 받도록 전문가 활용비 사용기준을 개선했다. 대학은 내부 시설 비용집행을 허용했다. 그간 꾸준히 개선요구가 일었던 사안들이다.
특히 과제수행기간 종료 시에도 평가관련 비용 집행을 인정한 것이 연구자 편의를 대폭 향상시켰다는 분석이다.
마형렬 KEIT 창의산업기술본부 사업총괄팀 책임연구원은 “기존에는 과제수행기간이 종료되면 평가비가 지급되지 않았다. 몇십년간 계속돼 왔던 것이 이번에 개정된 것”이라면서 “이는 이번 R&D 규정 개선 방향이 관(官)이 아닌 연구수행자에 바탕을 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