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산업에는 호재와 악재가 공존한다. 지난해 말 예상보다 빨리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정(신기후체제)에 따라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 레이스에 돌입했다는 것은 호재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가장 현실적 대안이 신재생에너지인 만큼, 이에 따른 시장 확대가 점쳐진다.
반면에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기후 악동`으로 불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세계 2대 신재생에너지 시장인 미국의 일시적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관측을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악재가 당분간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파리협정 발효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 움직임은 장기간 이어질 것이므로 필요한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시장을 선점해 신재생에너지를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것을 주문한다.
◇탄탄한 수요와 고효율 기술력 선점한 태양광, 중국 물량공세 넘어야
태양광은 신기후체제 등장으로 세계 각국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늘고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미래신산업 창출을 위해 태양광 기술개발과 관련 산업 육성 정책 지원과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활용 도심 분산발전의 중요성에 따른 건물용 태양광발전 시장도 확대 추세다. 휴대용 전원, 자동차용 등 태양광 응용분야 다양성과 신시장 규모 증대도 기대된다. 우리나라에는 태양광분야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고 우수한 기술력과 양산규모를 갖춘 한화큐셀과 LG전자 등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분야에서 세계 수준 기술력을 보유했으며 우수한 연구인프라를 구축해 범용기술 대비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고부가 제품을 공급하는 등 강점을 보유했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설치시장 규모가 1기가와트(GW·1000㎿) 미만으로 협소하고, 발전매입 단가가 불안정해 보급 확대가 어렵다는 것은 약점이다. 대규모 발전 중심의 획일화된 시장구조로 시장 다양성이 부족하고 고품질이나 신제품 시장진입도 어렵다. 여기에 중국의 저가 제품 중심 시장이 형성되고 기술 격차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위기로 다가온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자국 태양광산업과 시장 보호를 위한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규모의 경제를 갖춘 다수 중국 생산업체에 의한 시장선점과 가격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새로운 제품개발을 통한 미래신산업 창출이 가능하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국내 산업기반 약화와 관련 전문인력 부족 문제도 조속히 풀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중공업·플랜트 등 경쟁력 갖춘 생태계 활용해 해상풍력 경험 축적해야
풍력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중공업, 플랜트, 조선 등 경쟁력 있는 풍력산업 관련 생태계를 보유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해상풍력 연관 산업의 글로벌 사업 수행 경험도 있으며 다수의 풍력발전기 업체도 보유했다. 그러나 시스템 가격과 품질 경쟁력 부족, 조선 경기 침체로 대부분 업체가 풍력사업을 포기한 상황이다. 풍력 사업 서플라이 체인이 취약하고 블레이드, 단조 부품과 같은 일부 분야에서만 강점을 보이는 등 산업구조 불균형 문제도 안고 있다.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정부의 해상풍력 발전에 대한 사업의지와 공급과잉으로 인한 선도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핵심역량이 공유되고 있다는 점은 기회다. 풍력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정부가 전략적 지원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거시 경제 위축과 유럽 재정위기 확산에 따른 선도 시장 진입 장벽도 낮아진 상태다. 초전도 풍력 발전 등 신기술 분야 기술과 시장 성숙도 역시 낮아 우리가 도전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에기평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신속한 해상풍력 경험 축적`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당장 국내에서 수급하기 어려운 해외 역량 소싱과 전략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밝힌다. 전략적 협력을 통한 외국 시장에서의 학습결과를 국내에 이전시키고, 필요하면 컨설팅과 용역에도 과감하게 정부 지원금 지출을 허용해 국내 풍력기업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해상풍력 포트폴리오를 지지구조물, 계통연계, 설치시공, 유지보수 등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방향으로 확대할 것도 주문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