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김기춘 지시사항 적힌 '故 김영한 비망록' 사본 확보… 유족 동의 받아 원본 확보 등 보완 조치 작업 필요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검팀이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을 적어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김영한 비망록’ 사본을 확보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재판 과정에서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이 증거 능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유가족을 설득해 원본을 확보하는 등의 보완 조치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수석은 지난 2014년 6월~2015년 1월 민정수석으로 지낼 당시 김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회의를 포함 청와대 업무에 대해 기록했으며, 여기에는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의혹을 방어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20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김 전 수석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김기춘, 우병우, 박근혜다”라며 아들이 민정수석에 임명된 후 김기춘, 우병우와 갈등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아들이 일을 그만두고 난 뒤 술을 엄청 많이 마셨는데 그게 급성 간암으로 되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고도 말했다.
지난 2014년 6월 청와대 참모진 개편 과정에서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고인은 지난해 1월 ‘정윤회씨 국정 개입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을 거부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 사건은 김 전 수석이 현안보고를 위해 국회에 출석하라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를 거부해 ‘항명 파동’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김 전 수석은 지난 8월 25일 간암으로 별세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지난 7일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이 비망록에 대해 “저는 그 비망록을 직접 본 일이 없고 누가 작성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의를 하다 보면 장부를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 생각도 가미돼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특검은 지난 26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은숙 기자 esh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