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기다.
미국 대통령 교체로 국제 정세 격변이 예상된다. 대비가 필요하지만 국내 정치 상황은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경제 큰 축을 차지하는 수출이 제자리걸음이다. 세계 경제 둔화 탓이다.
경제성장률은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2%대가 예상된다.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고용 증대도 어렵다. 지난해 11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8.2%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8.8%) 이래 가장 높다. 힘겹게 버텨 왔지만 선진국 문턱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 2017년은 그만큼 절실한 해다. 새로운 추진력을 받아 재도약의 해로 만드는 게 모두의 사명이다. 산업의 근본 혁신을 위한 `코리아 인더스트리 이니셔티브(Korea Industry Initiative) 2020`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리아 인더스트리 이니셔티브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계획하고 제안, 세계 산업을 주도하자는 의미다. 현재 정책과 산업 체계로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해답은 역시 기술이다. 과거 세 차례 산업혁명 대약진(퀀텀 점프)은 기술 혁신이 이끌었다. 증기기관은 노동 중심을 기계로 바꾸며 산업화 불을 지폈다. 전기는 대량 생산을 가능케 했고, 컴퓨터와 인터넷은 정보화 혁명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정보화 혁명에 성공하며 산업 발전을 이뤘고, 첨단 기술 국가로 이미지를 굳혔다.
지금은 재도약 또는 퇴보 기로에 선 상황이다. 신기술로 경쟁 우위 확보와 혁신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매우 중요하다. 2020년 이후의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중점 육성 기술`을 선정하고 지원 정책을 만들어서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한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지수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10년 이래 여섯 번째다. ICT 발전 지수는 정보통신 접근성, 이용도,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지수다.
우리나가는 앞선 통신 기술과 인터넷 활용률 등을 바탕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ICT 기반 전반이 잘 갖춰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화 시대의 장점에 그칠 수 있다. 산업 간 융합이 확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엔 부족하다.
오랜 기간 소프트웨어(SW)에 투자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페이스북 같은 세계 기업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불확실성에 벤처와 스타트업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SW뿐만이 아니다. 통신과 제조업은 선진국와 중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 현상이 심화된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의 기술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는 한숨 섞인 푸념도 들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이상 이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면 안 된다. 냉정한 현황 파악과 전략 수립, 실천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다. 정확히 앞을 내다보고 유망 기술을 선정해 육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전자신문은 새해, 그리고 앞으로 4~5년 동안 우리나라가 집중해서 키우고 선점해야 할 기술을 조망한다. 스마트폰·디스플레이·유기발광다이오드(OLED)처럼 현재 주력하는 분야도 있지만 자율주행, 양자정보통신, 나노융합 등 앞으로 주목해야 할 기술도 많다.
핀테크,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온라인-오프라인연계(O2O), 블록체인, 전기자동차 등은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이 치열한 분야다. 경쟁력 확보를 통한 국가 발전을 위해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머리를 맞댈 시점이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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