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초부터 지금까지 신성장 동력 창출과 산업 구조 재편을 위해 추진된 거대 정책은 줄잡아 열 가지가 넘는다. 미래성장동력, 산업엔진, 국가전략프로젝트 등이 대표 정책이다. 미래 산업 청사진을 그리는 과정에서 창조경제, 과학,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총괄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실물경제를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쟁이 시너지보다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와 부처 간 칸막이로 실효성이 떨어뜨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2015년 3월 중복 논란이 거세던 미래 성장동력(미래부)과 산업 엔진(산업부) 프로젝트를 통합, 사업별로 주무 부처를 정했지만 이마저 유야무야되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산업계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혁신부총리(실물경제부총리 가칭)`가 산업부를 포함해 ICT·융합산업, 과학기술, 중소기업, 특허·표준 등의 독임 부처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산업 정책 주도할 독임부처로 위상 강화
주요 선진국들의 산업 정책은 강점이 있는 기존 주력 산업 경쟁력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정책 중장기 계획이 강력한 컨트롤 타워 체제 아래에서 추진된다는 것이 공통 특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 정책 컨트롤 타워는 정작 필요할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거시경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산업부가 곳곳에서 불협화음과 파열음을 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통 산업과 ICT 융합이 무엇보다 시급하지만 미래부와 산업부 간 힘겨루기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실물경제부총리는 산업부를 포함해 각 부처 간 융합과 시너지 창출을 장기 관점에서 꾸준하게 추진할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2일 “현 경제부총리가 기획 재정 기능과 함께 공급 과잉 업종 구조조정, 중장기 산업 정책 수립에 이르기까지 모두 총괄하다 보니 산업 현장과 괴리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부처별로 분산된 산업 정책을 총괄 적어도 10년 이상의 장기 관점에서 국가 산업 전략을 제시할 부총리급 컨트롤 타워가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부총리급 컨트롤 타워가 신설되면 산업부는 정책 융합과 부처 간 시너지의 구심 역할을 해야 한다.
산업부는 국가산업 구조를 개혁하고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중장기 산업육성 계획을 담당해야 한다.
현재의 산업 통상 에너지자원은 물론 전기차와 소재부품산업을 육성하는 주무부처로 승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감한 규제 개선, 성과 중심 집중 지원, 융합 플랫폼, 시장 창출은 부처 간 협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여기에 당장 직면한 공급 과잉 업종의 구조 조정과 함께 전 산업의 사업 선제 재편을 통한 산업 구조 재편도 부총리급으로 힘을 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향후 경제 산업 정책의 근간은 기존 전통산업과 ICT 산업을 어떻게 융합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경제 정책과 산업 정책이 맞물리는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역 통상 에너지도 산업 정책에 기반해야
또 다른 축인 무역, 통상, 에너지 정책도 중장기 산업 정책에 기반을 둬야 한다. 수출 부진을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은 산업정책 핵심이다.
특히 전체 수출의 과반을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을 적극 육성해 주력산업을 대체하는 수출 역군으로 키워야 한다. 내수 시장에 기반한 이들 기업이 해외 진출에 성공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비롯한 거대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체계도 미래 산업 청사진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존의 FTA 플랫폼과 추진되고 있는 FTA를 포괄, 우리 산업에 가장 이로운 자유무역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통상을 관할하는 산업부 위상을 강화할 필요성도 있다.
이와 함께 FTA 체제 아래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취약 업종의 경쟁력 제고 정책도 중장기 산업 정책과 병행 추진해야 한다.
전기자동차를 필두로 한 에너지 신산업 육성도 과감한 규제 개혁, 기술 개발, 기존 산업 보완이 필요한 만큼 더욱 강력한 추진 체계가 필요하다. 전기차는 우리 기업이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주행거리 연장과 소프트웨어(SW) 핵심 부품 개발 역량은 뒤처져 있다. 이 부문에서 경쟁력을 빨리 확보하지 않으면 자동차 산업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전기차 보급과 개발, 규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재의 부처별 업무 분리도 일원화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