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1>첫인상에 올인하라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1>첫인상에 올인하라

알에서 부화한 오리는 먼저 마주한 대상을 어미로 여긴다. 사육장의 오리는 이 때문에 농장주를 주인으로 알고 따른다. 초두효과(Primary effect)라 한다. 먼저 제시한 정보가 나중의 정보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첫인상이다. 사람은 10초 이내에 첫인상만으로 자신의 기억 속에 `좋고 그름` `선과 악`을 구분한다.

2006년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자 자닌 윌리스와 알렉스 토드로프의 실험 결과는 놀랍다. 참가자에게 낯선 사람의 사진을 보여 주며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실험이었다. 참가자들이 사진 속 인물의 호감과 신뢰를 측정하는 데는 0.1초에 불과했다. 두 연구자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첫인상만으로 판단하는 기술은 이미 우리 유전자 안에 숨겨져 있고, 생활에서 무의식으로 적용된다`고.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강렬하고 뜨거운 첫사랑도 0.1초에 결정한다. `첫눈에 반했다`는 수억년 축적된 유전자 속에 숨겨진 두려움과 우호를 구분하는 DNA 발현이다. 논리가 아니라 지극히 오래전에 쌓아 온 빅데이터 체계다.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1>첫인상에 올인하라

맥락효과(Contextual effect)라는 것도 있다. 최초 정보가 나중에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는 지침이 돼 맥락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첫인상에서 부정 이미지가 쌓였다면 그 뒤의 행동이 부정 행동으로 비춰진다는 말이다. “찍히면 죽는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찍힌 것을 극복하려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찍히지 않으려고 `복지부동`하기도 한다.

수년 전에 모 서비스 기업의 심사 면접관으로 일할 기회가 있었다. 입사 지원자를 관찰하고 평가하는 일이었다.

오후에 면접장으로 올라가는데 젊은 여성이 허겁지겁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들었다. 문제는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먼저 타면서 발생했다. 뛰어들던 그녀 어깨와 `콩나물` 엘리베이터 사이에 끼어 있던 내 어깨가 부딪혔다. “아, 뭐야. 재수 없게!” 조용한 엘리베이터에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당혹스러웠다. 불쾌했지만 내가 잘못한 듯 해서 “아가씨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면접장에 다시 앉았다. 3명의 여성 지원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중간에 서 있던 지원자와 눈이 마주쳤다. `엘리베이터 여성`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면접실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옆에 앉은 면접관이 정적을 깼다.

“두 분이 아는 사이예요?” “아닙니다. 좀 전에 마주쳤는데, 제가 잘못한 게 있었어요.”

평정심을 찾기 어려웠다. `자기밖에 모르는 예의 없는 여성`이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쉽지 않았다. 첫인상은 지독했다. 그녀도 불안했는지 질문 의도에 집중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했다. 그녀는 입사에 실패했다.

나는 점수를 후하게도 박하게도 주지 않았다. 좌불안석이던 그녀의 태도는 면접관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첫인상은 명함이다. 상대방이 누구고 믿을 만한지, 앞으로 사회 관계를 지속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오랫동안 만나면서 좋은 친구, 동료로 지내는 것은 `첫인상` 그 후의 문제다. 첫인상은 모든 관계의 시작이다. 첫인상을 좋게 만드는 것은 수억년의 야생에서 인간이 살아남고 사회 관계를 유지하도록 해 주는 행위의 하나다.

새해 첫날에 만나는 사람에게 좋은 첫인상을 심어 보자.

박선경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