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조선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회사로부터 권고사직 메일을 받았다. 결혼 1주년인데 너무 가혹한 선물 아닌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직장 생활 10년을 채우지 못한 채 자리를 잃게 됐다.
정유년 새해가 밝았지만 예년 같이 희망을 주고받기가 조심스럽다. 고용 없는 성장에 밀려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청년실업병`은 더 심각하다. 장기 불황으로 이일 저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젊은 세대 `프리터족`은 200만명을 넘어섰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단순한 위로조차 건네기 미안해진다. 이들이 직면한 현실은 너무 암담하다.
각종 언론에는 부정적 경제 전망이 흘러넘친다. 국내 경제전망 기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1~2.5% 수준으로 내다봤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정말 맥 빠지는 소식이다.
세계 경기 침체와 맞물려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게 받아들일 측면이 있는 건 알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기상천외한 최순실 사태로 인한 대통령 탄핵 심판까지 정치적 `난장`을 한꺼번에 겪고 있다. 후유증이 꾀나 오래 갈 것이다.
어떤 상황도, 사람도 시간을 거꾸로 돌리진 못한다. 새해가 밝았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로 이어지는 연속성에서 굳이 새해를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희망을 품고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었다고 갑자기 달라질 것은 없다. 우리를 둘러싼 여건이 좋지 않은 건 분명하지만 미리 주눅 들 필요도 없다.
중국의 문호 루쉰은 `희망이란 것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와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란 게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고 했다.
무책임과 무개념 극치를 보여줬던 정치권도 올해 정리될 것이다. 민심이 밟고 지나가면 다 묻히고 새로운 길이 날 것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을 앞서 밟아갈 국정 최고책임자도 새로 선출하게 된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지만 다시 한 번 힘을 모을 때다. 절망의 끝에는 항상 희망이 싹트고 있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한 구절 시가 정유년 새해, 솟구치는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라며.
![[성현희 기자의 날]땅은 스스로 길을 만들지 않는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7/01/02/article_02163113641482.jpg)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