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는 차량에 탑승해서 목적지를 입력하고 `자율주행` 버튼을 누르고는 옆사람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스티어링 휠을 잡아야 할 손은 허공에 있고, 발도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 자동차는 너무나도 안정적으로 달렸다. 스스로 신호등, 교통표지판, 주위 차량 등을 파악해서 달리고 섰다. 횡단보도에서는 길을 건너는 사람을 기다리는 배려까지 선보였다. 먼 미래라고 생각했던 자율주행차가 눈앞에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는 현지시간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본지 기자를 포함해 글로벌 기자단을 대상으로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시승행사를 가졌다. 현대차가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승을 한 것은 처음이다. 시승코스는 웨스트게이트 호텔을 출발해 주변 도로 4㎞다. 직선도로, 교차로, 지하도로 등으로 구성됐다. 다른 차량 통제 없이 일반 도로에서다.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외관은 여타 자율주행차와 달랐다. 구글, 우버, 포드 등에서 시험 중인 자율주행차는 지붕에 라이다(Lidar)를 여러 개 장착해 요란한 모습이다.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는 일반 아이오닉과 거의 같다. 당장 양산형 모델로 출시해도 될 만큼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현대차가 개발초기부터 양산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기 때문이다.
한지형 현대차 인간편의연구팀 책임연구원은 “다른 자율주행차는 라이다 의존성이 높기 때문에 개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 라이다를 장착하는데, 외관 디자인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라며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는 저가 라이다를 장착해 생산단가를 낮추고, 레이더, 카메라 등을 연계한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적용하면서 깔끔한 외관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센서는 △전면 라이다 3개 △전면 레이더(Radar) 2개 △후면 레이더 2개 △스테레오 카메라 △일반 카메라 등 비교적 간단하게 구성된다. 전면에 설치된 라이다 센서와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레이더 센서는 주변에 있는 차량이나 물체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전면 유리 상단에 설치된 3개의 카메라는 보행자 접근이나 차선, 교통 신호 등을 감지한다.
차량 내부도 일반 아이오닉과 비슷했다. 다만 중앙 대시보드에는 속도, 도로 표지판, 보행자 유무 등 자율주행 정보를 표시하는 스크린이 별도로 설치돼 있다.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강제적으로 정지시킬 수 있는 버튼도 장착돼 있었다. 이를 제외한 대부분은 일반 아이오닉과 동일했다.
한 책임연구원과 기자가 웨스트게이트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에서부터 본격 자율주행을 시작했다. SCC 버튼을 누르고 손과 발을 차량에서 뗐다. 주변에 차량이 제법 많았기 때문에 내심 걱정스러웠지만 기우였다. 차량은 급가속, 급정거도 하지 않고 부드러운 주행을 선보였다. 웬만한 사람보다 안정적 운전이었다. 곡선 구간에서도 차선 중앙에서 벗어나지 않고 능숙하게 주행했다.
교차로에서는 좀 더 세심한 주행이 가능했다. 앞에 차량이 없어도 카메라가 신호등을 인식해서 멈추거나 통과했다. 우회전 구간에서는 교차로 접근 30m 전에 우측 방향지시등을 켰고, 라이다와 카메라가 보행자를 인식해서 속도를 조절하면서 빠져나갔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을 때는 절반 이상 지나가야만 움직였다. 직선도로에서는 제한속도에 맞춰서 최고속도를 조절했다. 차선을 변경하고 싶으면 원하는 쪽 방향지시등을 작동하면 됐다.
전체 주행은 내비게이션에 설정된 경로대로 움직였다.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는 현대엠엔소프트 지도데이터와 일반 GPS를 활용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장착했다. 고정밀지도와 GPS를 장착하지 않았지만, 내비게이션 알고리즘과 센싱 기술로 정확하게 길을 찾아갈 수 있다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실제 시승에서도 전혀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다. 현대차는 오는 2020년까지 고도자율주행차를 양산하고, 2030년에는 완전자율주행차 개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