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힘을 제대로 보여 주는 역사의 한 장면을 경험했다. 최순실 사태로 피어 오른 촛불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과 특별검사 조사를 끌어냈다. 불과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상향식 의사 전달 모델이 막강한 힘과 파급력을 보여 준 사례다.
상향식 의사 전달 모습은 과학기술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연구자들이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음속 캡슐트레인` 연구가 대표 사례다. 아음속 캡슐트레인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단독 연구였다. 그러나 올해부터 다수의 철도 관련 연구기관이 참여, 공동 연구로 진행된다. 시작은 각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들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연구회를 꾸리고 개인 자격으로 모여 공동 연구 방안을 모색했다. 모임은 오는 17일 7개 기관이 함께하는 공동 연구 업무협약(MOU)으로 이어진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밝힌 자유공모형 기초 연구 확대, 상향식 과제 비중 확대 기조가 반영되면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연구자의 목소리는 더 커질 전망이다.
출연연 스스로 연구개발(R&D) 환경 개혁을 논하는 첫 사례인 `혁신위원회`의 활동이 더욱 주목된다. 출연연 혁신위는 방만한 운영으로 바닥을 친 연구의 효율성을 회복하자는 취지로 활동을 시작했다. 내부 비리, 헛발질식 대응으로 잃은 신뢰를 회복하자는 의지를 담은 혁신안도 내놨다.
문제는 취지에 걸맞은 성과 도출 여부다.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자발 혁신안은 세부 내용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내야 하는데 주저하는 모양새여서 또 다른 구호로만 그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데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았을 것이다.
출연연이 목소리를 내자고 하면 강하고 바른 목소리여야 한다. 혁신위는 조만간 기관별 세부 혁신안을 발표한다. 이번에는 좀 더 과감한 자기 성찰을 담아 과학기술계에 고조되는 상향식 의견 개진에 힘을 실어 주길 바란다. 혁신은 실행자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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