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제4차 산업혁명 대응전략, 이제 실행에 나설 때](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7/01/09/article_09151122150649.jpg)
정보통신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매년 1월 세계 최대 가전제품 행사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로 꽤나 분주하다. 올해에도 최첨단 기술을 반영한 제품을 확인하고 앞으로 전개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미래를 읽어 내기 위해 세계 이목이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집중됐다.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CES를 관통하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로 음성 제어, 인공지능(AI), 차세대 네트워크, 자율주행자동차 등을 꼽았다. CES의 맥을 짚어 주는 기조연설자 또한 자동차, 스포츠의류, 크루즈 여행업체 등 과거에는 ICT와 관계가 적은 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절반이 채워졌다. 엔비디아나 퀄컴 등도 자율주행차 등 융합 사업 전략 소개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이쯤에서 ICT에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능화와 연결성의 구현이 소비자 제품 시장에서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이미 자리 잡았음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지능화를 촉진하는 AI와 연결성에 기반을 둔 데이터 활용 기술이 기존 제조업이나 서비스 산업과 융합을 확대해 나가면서 산업 구조 틀을 바꾸는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기 시작한 셈이다.
이러한 혁명과 같은 변화의 흐름을 간파한 각국 정부와 혁신 기업의 발걸음도 한층 바빠지고 있다. 기초과학과 원천 기술의 최강국인 미국, 글로벌 제조업 리더인 독일,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ICT 산업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중국 등 각국은 산업 구조 특성과 강점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기술 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전략을 체계화, 과감한 투자에 나선다. IBM, 구글, 삼성 등 글로벌 ICT 기업은 물론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토요타와 같은 전통 제조 기업도 인수합병(M&A)이나 연구소 설립 등 대규모 투자로 지능정보 기술 선점과 사업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1년여에 걸친 준비 끝에 `제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올해 경제 정책 방향에서 핵심 성장 전략으로 선정, 국가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새로운 기술 혁명의 흐름을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의지와 방법론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참으로 반갑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길은 그리 녹록지 않다. 글로벌 금융그룹 UBS의 분석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우리의 기술 수준은 세계 20위권으로, 선두 그룹과의 격차는 상당하다. 반면에 기초 원천 연구를 책임지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은 총 규모가 정체 상태에 있어 신규 분야 투자를 대폭 늘리기는 어렵다.
지능정보 산업 혁신의 자양분인 기술 벤처 생태계도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 중관춘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새로운 것을 낯설어 하는 경직된 규제 체계나 산업 현장과 괴리된 인재 양성 시스템도 4차 산업혁명 대비에 시급한 발걸음을 붙든다. 5년마다 제기되는 백가쟁명식 정부 조직 개편 논의나 성장 동력 정책을 놓고 벌어질 부처 간 주도권 경쟁 또한 기시감이 있어 보인다. 이런 사이에 이미 한국어를 습득한 IBM의 AI 왓슨이 국내 의료, 유통, 제조 등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지능정보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는 시장을 새롭게 정의하는 와해성 혁신이다. 이 시장은 ICT에 기반을 두고 있어 플랫폼을 선점한 승자가 모든 과실을 독차지하는 가혹한 규칙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뒤처진 국가는 노동의 기계 대체에 따른 후유증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가능성이 짙다.
이제 우리 정부가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과 각 부처의 역량을 모아 지능정보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의 비전과 전략, 정책 과제를 내놓았다. 정보통신 산업의 불모지에서 ICT 강국의 신화를 쓴 우리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 줄 때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박재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회장 kccpark@t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