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800만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은 `작지만 강한 나라`다. 역대 노벨 수상자 22%를 배출했고, 미국·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나스닥 상장기업이 많은 국가다. 작지만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강국이다.
오늘의 이스라엘을 탄생시킨 원동력은 `끝장 토론 문화`라는 얘기가 있다. `계급장 떼고` 매우 치열하게, 서로 피 터지게 논리 싸움을 벌이기로 유명하다. 이스라엘인 특유의 `후츠파(Hutzpa)` 정신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히브리어로 `뻔뻔함`이란 뜻을 지닌 후츠파는 권위·권력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할 말을 하고 끈질기게 도전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스라엘 내각은 격렬한 토론으로 늘 시끄럽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지면 깨끗이 승복하고 합의를 따른다. 열띤 토론 끝에 나온 결론을 `우리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내치와 외치를 놓고 단순 평가하면 외치는 상대적으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 국정난맥 속에서 보자면 무엇 하나 완결된 게 없다. 국제사회와 손잡고 온갖 제재 수단을 동원했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은 더 고도화됐다. 개성공단 폐쇄까지 결정했다. 남북관계는 극단의 단절 상태다.
한반도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중국의 보복성 규제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수출 중심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과는 `소녀상` 문제로 다시 충돌했다. 대북·대일·대중 정책 모두가 최악이다.
좀 뜬금없지만 현 정부 최장수 장관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과연 박 대통령과 그동안 대면보고를 얼마나 했을지 몹시 궁금해진다. 이 같은 중요한 외교 사안을 결정할 때 대통령과 치열하진 못하더라도 의견 교환조차 있었을지 말이다. 외교안보수석 조차 독대한 적이 없다고 하니 장관 역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사드 배치 발표 당시 오죽했으면 윤 장관이 직접 백화점에 바지를 수선하러 갔을까 싶다.
외교가 중병에 걸렸다.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북한 선제 타격 가능성까지 나온다. 러시아도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등 돌린 주변국에 끼어있다. 사면초가다.
하지만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지금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어디 눈치를 보거나 기죽지 않고 대처할 환경이 주어졌다. 대통령 순방외교 같은 과중한 업무 부담도 없어졌다. 오로지 우리나라의 외교 활로만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다.
외교정책 총책임자로서 윤 장관은 남은 임기 동안 수렁에 빠진 외교 정책을 되살려야 한다. 지도자 부재 탓은 핑계다. 이스라엘처럼 격의 없는 토론 끝에 나온 `우리의 외교전략`을 기대해 본다.
![[성현희 기자의 날]`토론` 없었던 외교정책의 말로](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7/01/09/article_09142702420697.jpg)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