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700만. 달리 말하면 이동통신사에서 700만 가입자가 줄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통사는 알뜰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낮기 때문이다. 후불만 하면 1만6000원 정도다. 3만6000원이 넘는 이통사로서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도움이 됐다. 누군가가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공격하면 `알뜰폰이 있지 않느냐`고 맞서는 무기가 됐다.
그러나 이통사가 알뜰폰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우선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10%를 넘으면 성장이 정체될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1%를 넘었고, 올해 12%를 향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후불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가 느는 것도 신경 쓰인다. 그동안 알뜰폰 ARPU가 낮은 건 선불 2세대(2G)·3세대(3G) 가입자가 압도했기 때문이다. 후불 LTE 가입자가 많아지면 ARPU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통사는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성에 비유된다. 높이는 요금, 넓이는 가입자 수다. 지금까지는 알뜰폰이 아무리 노력해도 성을 끌어내리지 못했다. 이통사가 신경 쓰지 않은 이유다.
정부는 성을 끌어내리기 위해 제4 이동통신을 도입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알뜰폰을 키워서 끌어내리자는 분위기다. 완전 MVNO(풀MVNO)니 데이터 사전구매제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공중에 뜬 성 자체를 끌어내려야 가계통신비가 내린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가 `성 끌어내리기`에 나서니 이통사는 저항할 수밖에 없다. 도매 대가 인하나 데이터 사전구매제 도입에 비협조다. 데이터 사전구매제는 데이터를 대량으로 구입, 가격을 낮추고 요금제 설계를 자유롭게 하는 제도다. 대형 알뜰폰을 키우기 위한 정책이다. 이통사는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도매 대가도 그만큼 내려줬으면 됐고, 데이터 사전구매제는 세계 어디에도 도입한 적 없는 초법 발상이라고 볼멘소리를 낸다. 정부와 이통사 간 줄다리기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알뜰폰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